"불황에 당황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면 유통업체들이 PB(Private Brand · 자체 상표) 상품을 다양한 품질과 가격대로 단계화해 선택폭을 넓혀줘야 합니다. "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주최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존 도슨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65)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불황기에는 저가 PB상품을 적극 확대하는 동시에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영국 식품시장에서는 PB 상품이 43%를 차지하는 반면 일본 6%,중국 5%,한국은 8%에 불과하다"며 "향후 5년간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PB 상품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슨 교수는 PB 상품을 품질과 가격에 따라 △프리미엄(상) △스탠더드(중) △이코노미(하) 등 3가지 군(群)으로 나눈 뒤 △스탠더드급에 이코노미급 가격을 갖춘 제4의 PB군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성공 모델로 미국 월마트의 식품 PB '그레이트 밸류'를 들었다. 그는 "월마트라는 브랜드를 감추고 고품질 · 저가 정책을 고수하는 방식으로 현재 상품 종류만 100여개가 넘는 등 미국에서 가장 큰 식품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도슨 교수는 "최근 6개월간 영국에서 NB(National Brand · 제조업체 상표)의 매출이 11% 줄어든 반면 PB 매출은 13% 늘었다"며 "PB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손해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영국 스털링대 부설 소매유통연구소 교수와 일본 유통과학대 석좌교수도 겸직하고 있는 도슨 교수는 10여년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유통업체의 글로벌 전략을 연구해온 소매유통 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