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라 전체가 심각한 내우외환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데도 요즘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과연 언제 위기를 맞았는지조차 망각한 것 같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또다시 극심한 분열과 혼란에 빠져들면서 위기극복은커녕 더 큰 위기를 자초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대통령 서거 이후 혼란스런 민심을 추스르는데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 등 야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면서 수용하지 않을 경우 6월 임시국회를 열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조문 정국을 기화로 정치쟁점화해 국면을 바꿔보겠다는 계산에 다름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당에 여당인 한나라당은 어떤가. 더욱 한심스럽다. 어제 한나라당 쇄신특위와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 사퇴와 전면 개각을 요구하고 나서 당 · 정 · 청 갈등으로 증폭(增幅)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 국정운영의 쇄신을 통한 일대 변화는 필요하지만 집권여당의 내부분열은 정국 불확실성과 국민의 불안감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제 서울대 교수 124명과 중앙대 교수 67명은 각각 시국선언을 통해 지금이 민주화가 후퇴하는 상황이라며,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검찰수사에 대해 현 정부가 사과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우리 사회 혼란상에 대한 우려와 충정에서 비롯됐겠지만,이들이 전체 교수사회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고,무엇보다 이들 지식인의 집단적 견해 표출이 혼란과 갈등 분열을 더욱 부추기는 역효과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북한은 정상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권력의 3대세습을 앞두고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에 대해 핵과 미사일 협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팎으로 난국도 이런 난국이 없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 경제가 이제 겨우 회복의 신호가 잡힌다지만,생산과 소비 투자 수출 등 실물경제는 여전히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고 조금도 허송세월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경제 주체 모두가 합심해서 위기극복에 매달려도 부족할 판에 국론분열이 가중되면 위기극복의 추동력마저 잃고 마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과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회를 열고 민생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한편 엄중한 안보현실을 직시(直視)하면서 국가안위를 지켜나가는 결의를 다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