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을 뽑을 때 야구 경기로 면접을 치르는 온라인 게임업체가 보도된 적이 있다. 경기를 하는 동안 성실성과 팀워크,열정,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입사지원서에서 학력란을 없앤 대기업도 있다.

이 기업은 자기를 소개한 에세이를 바탕으로 면접에서 업무에 대한 소신과 비전,인성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출신 대학을 따지고 학력과 학점이 절대적 잣대인 우리나라 기업 정서와는 사뭇 달라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이들 기업처럼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보고 인재를 뽑을 경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조직이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또 위기일수록 협동심을 발휘해 생존력도 강할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다양성이 큰 생물종일수록 변화에 잘 적응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인간이 동물 가운데 유일한 종이었다면 적응력이 떨어져 갑자기 닥친 환경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같은 민족,같은 종교,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산다면 발전하기 어렵다. 보는 각도가 비슷해 창의적으로 생각하지도 못하고,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출신 지역과 정당 · 종교 · 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타적인 경향이 강하다. 지역주의는 정치적으로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지방대를 나오면 취직하기조차 어렵다.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는 차별대우를 받기 쉽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왕따 당할 확률이 높고,새터민도 적응이 쉽지 않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보수와 진보가 편을 갈라 각을 세우고 있다.

자신과 같은 부류와 함께 하면 편하고,이방인들 가운데 있으면 불편한 게 인간의 본성이다. 문제는 우리가 다원화된 사회에 산다는 데 있다. 열대우림의 생물이 습지 곤충과 태양빛을 가린 나뭇잎에 의존하는 것처럼 개인의 생존에는 늘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 사회는 분열이 생기면 자동 조절 기능이 발동해 틈을 메워준다. 다툼이나 미움이 있으면 화해와 용서의 정신이 발동하는 사회다. 슬픔이나 절망이 있으면 손을 뻗어 어루만지고 희망을 주는 사회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배척하고 끼리끼리 어울린다면 결국 그 사회는 경쟁력을 잃고 소멸한다. 선진 사회로 발전하려면 서로에게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사회든 조직이든 다양성은 넘칠수록 좋다. 다양성은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은 미국이 오늘날 초강대국이 된 이유는 이민을 받아들이고,종교나 이념 등 다름을 받아들여 용광로처럼 녹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달라 갈등하더라도 진보는 보수를,보수는 진보를 보듬고 변증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보는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