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거리에 '복고' 바람이 거세다. 1990년대 이후 시들해졌던 막걸리와 민속주점이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향수를 자극하는 잔치국수,만두집 등도 부쩍 늘었다.

헤어스타일이나 선글라스,안경 등 패션 소품은 물론 주산학원,당구장,탁구장 등 소비시장 곳곳에 복고풍 물결이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기 끄는 민속주점

서구식 신문화에 식상해진 신세대들이 1970~80년대 대학가를 대표했던 전통주점으로 몰리면서 민속주점 창업이 늘고 있다. 올초 고려대 앞에 '전주잔치날'을 개점한 박충식 대표는 전통음식의 본고장 '전주'를 내세운 주점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점심 때는 전주비빔밥 · 전주콩나물국밥을,저녁엔 동동주 · 막걸리와 파전 · 부추전 등을 팔아 하루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민주 자리를 소주에 내줬던 막걸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웰빙주로 부활하면서 막걸리 전문점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막걸리 소비층은 대학생뿐 아니라 20대 여성부터 70대 노인까지 확대됐다. 서울 응암동의 '전주 생막걸리집'은 뒷골목 후미진 곳에 있지만 초저녁이면 손님이 몰려 빈 자리가 없다. 실제로 지난달 위스키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소주는 4.9% 각각 감소했지만 막걸리는 24.0% 증가했다.

◆외식시장도 복고 열풍

옛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외식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저렴한 값에 서민의 배를 채워 주었던 만두와 잔치국수,콩나물국밥,추어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전통 외식 아이템은 40~60대에게는 추억으로,10~30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서며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시골식 잔치국수전문점 '명동할머니국수'는 1인분 3500원에 원하는 만큼의 양을 줘,불황형 외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수원 대표는 "명동에서 1958년부터 옛 국수맛을 제공해 왔다"며 "최근 복고 바람을 타고 창업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만두전문점 '만두빚는사람들'은 동네 만두가게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왕만두,고기만두 등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만두를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 콩나물국밥 전문점 '완산골명가'는 서민의 속을 풀어주고 든든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콩나물국밥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추어탕전문점 '미당추어탕'도 여름철을 앞두고 개설이 늘고 있다. 청정지역인 전라도에서 공급하는 100% 국산 미꾸라지와 천연 양념을 고집하고 있다.


◆교육 · 레저시장까지 확산

한동안 사라졌던 당구장,탁구장 등도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올 들어 당구장은 전국에서 하루 10여개씩 새로 생겨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전자계산기 출현과 함께 사라졌던 주산학원도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두뇌 개발을 위해 주산학원에 초등학생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주산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주산을 배우는 학생이 2006년 10만명,2007년 13만명,2008년 15만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부 박미순씨(43)는 "컴퓨터나 계산기 등 기계에만 의존해 기억력이 저하된 아이들에게 주산교육을 시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박남수 창업전략연구소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