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잔치의 꽃인 '2009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굵직굵직한 출판사들 사이에 자리한 부스 한 곳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국내 부수는 모두가 우리말 도서로 빼곡하지만 이곳만 유일하게 일본 서적이 함께 진열돼 있다. 일본에 번역 수출되는 책들이다.

문턱 높은 일본 출판시장에 뛰어들어 벌써 3년째 이처럼 부지런히 입지를 넓히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다. 단지 저작권 수출에 머물지 않고 국내 출판물을 직접 일본어 번역판으로 제작해 인쇄 · 유통까지 겸하고 있는 출판 · 인쇄 전문기업 ㈜현문(대표 이기현 · 사진 · www.hyunmun.com)이다.

도서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겠다는 '민간 외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현문은 올해로 창립 19주년을 맞은 연매출 1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2007년 일본 현지에 출판법인 현문미디어를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신화를 다룬 '새벽 다섯 시'와 10종(1차 세트)의 창작동화를 포함,총 20여 권의 국내도서를 번역해 소개했다.

국내 출판물을 직접 번역해 수출하는 일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원형을 있는 그대로 일본에 전수한다는 의미에서 투자가치가 있다는 게 ㈜현문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창작동화 중 '아름다운 둥지'와 '들키고 싶은 비밀'은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의 우수 문학도서로 선정됐고,이를 계기로 1차 세트 10종을 4000여 학교도서관에 납품 중이다.

이기현 대표는 "출판 · 인쇄 분야는 일본 진출에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게 사실이지만,그만큼 전망도 밝은 편"이라며 계속해서 출판 한류 문화 선도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최근에는 한류잡지의 재창간도 서두르고 있다.

19살 때부터 여러 신문사에서 활자를 다루는 정판기술을 익히고 출판 인쇄 경험을 쌓은 이 대표는 1990년 회사를 세웠다. ㈜현문은 그동안 도서 기획부터 납품에 이르는 원스톱 시스템,자체 생산관리 프로그램,한번 인쇄한 데이터를 저장해 바로 재인쇄할 수 있는 CTP와 CIP3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인쇄 출판 하면 현문', '현문이 만들면 다르다'는 고객의 인식과 함께 명실공히 인쇄 · 출판그룹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이기현 대표는 "국내의 많은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 인쇄로 이제는 '현문에서 인쇄하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