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인수를 추진한다. 이미 31%가량을 넘겨받을 수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추가 협상을 통해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지난 22일 비씨카드 대주주인 하나은행,SC제일은행 등과 지분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양측은 다음 달 1일부터 2~3주간 비씨카드에 대한 정밀실사를 벌인 뒤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의 지분율은 각각 16.8%와 14.9%다. 매매계약이 이뤄질 경우 보고펀드는 단번에 31.7%를 보유한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보고펀드는 본계약 체결 후 우리은행 보유지분(지분율 27%)도 인수해 지분율을 58% 이상으로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독자적인 카드 브랜드를 만드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서고 가격도 적절하다면 매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당 매매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씨카드의 자기자본이 자본금 400억원의 10배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액면가(주당 1만원)의 10배는 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주당 40만원대라는 설도 있다. 이 경우 비씨카드 지분의 가치는 1조6000억원에 달하며 50% 인수시엔 8000억원이 필요하다.

비씨카드는 1982년 5개 시중은행이 카드사업 진출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11개 은행이 99%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회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는 지배주주가 없어 의사 결정 과정에 비효율이 있다"며 "경영권을 인수하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로선 독자적인 카드 브랜드를 갖고 있거나 그런 계획을 추진 중인 곳이 많아 비씨카드 지분을 보유할 유인이 크지 않고 지분 매각으로 은행 수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보고펀드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낸 변양호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토종 사모펀드다. 이 펀드는 2006년에도 우리 · 신한(옛 조흥) · 하나은행과 비씨카드 지분 매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변 대표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무산됐다. 변 대표는 연초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인식/김현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