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잡잡한 얼굴에 커다란 눈.LG전자 인도법인에서 상품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쿨리야트 모하마드 아리프씨(37).외모는 달랐지만 영락없는 'LG맨'이다. 올해로 9년째 LG전자 인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최근 인도법인 대표로 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경영혁신 성과를 올린 LG그룹 계열사나 법인에 상을 주는 'LG스킬올림픽'에서 인도법인이 현지 시장 특화 제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것.

상품기획팀장인 그는 인도인들의 '입맛'에 맞춘 냉장고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알리갈 무슬림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가 LG전자 인도법인에 입사할 때만 해도 시장 개척은 땅짚고 헤엄치기였다. 경쟁 업체가 많지 않아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그냥 팔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은 곧 다가왔다. 저가 제품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 업체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30~40%를 넘었던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4~5%대로 곤두박질쳤다. 실적이 저조하자 "인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라"며 본사에서 시장조사팀을 급파했다. 현지에서도 팀이 꾸려졌다. 첫 타깃은 냉장고였다. 14개월간의 시장조사 결과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냉장고는 LG전자가 내놓고 있는 제품과 전혀 달랐다. 먼저 냉동칸.냉동음식을 잘 안먹는 인도인에게 냉동칸은 쓸모없는 공간이었다.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탓에 채소칸은 좁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상온에 립스틱을 두면 높은 기온 탓에 이내 녹아버리고 물로 된 약품들이 쉽게 상하는 일이 많았다. 일부 소비자들이 아예 화장품과 약품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을 보고 아리프씨는 "이거다"며 무릎을 쳤다.

지난해 10월 냉동실은 줄이고 채소칸을 넓힌 첫 작품을 내놨다. 냉장고 문쪽에는 의약품과 화장품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달 말까지 30만대를 팔아치웠다. 없어서 못팔 정도이다.

"한국 본사에 와서 근무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아리프씨는 "좀 더 열심히 해 LG전자 CEO 자리도 넘보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