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음식점,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식품 · 생활용품 등을 일반 대형마트보다 싸게 파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에 진출한다. 또 대형슈퍼마켓 수준의 소형 이마트를 올해 안에 30개가량 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 점포들은 앞으로 상권별 특성에 따라 기존 대형마트 외에 도매업 점포,소형 점포 등으로 다양화될 전망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은 25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한 가지 형태(대형마트)로만 운영하는 이마트를 테스코(영국) 까르푸(프랑스) 메트로(독일)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처럼 다양한 업태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도매업과 소형 점포가 우선 검토하고 있는 업태"라고 밝혔다.

그는 "도매업 점포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용량으로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회원제 창고형 매장' 형태가 될 것"이라며 "회원 자격을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로 한정할지,일반 소비자로까지 문호를 넓힐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신세계가 주시하는 유통 모델은 메트로와 코스트코(미국).메트로는 창고형 할인점 형태로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자영업자들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국내에선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식자재 전문매장이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메트로가 식품 · 비식품군을 모두 취급하는 데 비해 하나로 양재점은 식품만 취급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반면 국내에 진출한 코스트코는 창고형 할인점인 점은 같지만 회원 자격에 제한이 없다.

정 부회장은 "도매업 대상 점포는 신규 출점보다는 현재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마트 점포들을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점포 형태나 진출 시기 등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슈퍼마켓 형태의 소형 점포 진출과 관련,정 부회장은 "아직도 실험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연말까지 30개 정도의 소형 점포를 내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여러가지 형태로 시험해 보겠지만 본격 진출 여부는 수익성있는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소형 점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자리잡으면 자영업자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화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메트로 등 유럽의 선진 유통시설을 둘러보고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 PL(Private label · 자체상표 상품)박람회'를 참관하기 위해 지난 25일 독일에 왔다.

그는 "3년 전 PL박람회를 처음 찾았을 때 세계 유통업체들의 PL 수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PL은 소비자 · 유통업체 · 제조업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품으로 유통업체들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의류분야의 '패스트패션'과 같이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즉시 반영하는 상품과 최저가부터 프리미엄급까지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PL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이마트는 오는 9월께 친환경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유기농 식품과 환경친화적인 의류 상품을 PL로 선보일 예정이다.

뒤셀도르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