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생 엔지니어로 살 겁니다. "

제일정공을 방문해 김상재 대표를 만나려면 사장실이 아닌 공장으로 가야 한다. 그는 하루에 채 한 시간도 사장실에서 업무를 보지 않고 현장에 있기를 고집하는 '현장 맨'이다. 김 대표는 "늘 공장에서 직원들과 생산도 같이 하며 공정 개선 등을 고민한다"면서 "금형은 영업이나 잔재주가 아닌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회사 공장은 김 대표의 각종 아이디어가 집결된 곳이다. 공장에서 쓰는 모든 공구와 작업 도구는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다. 김 대표가 직원들이 쓰기 편하도록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형 제작용 기계까지 공장의 사정과 직원들의 조작 편의를 생각해 개조할 정도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공장이 놀이터였고 초등학생 때부터는 집에 있는 문고리를 스스로 깎아서 쓸 정도로 쇠를 만지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너가 아닌 엔지니어이기를 고집하는 김 대표는 회사의 효자 상품인 웰드리스 금형은 물론 최근에는 삼성 크리스털 TV에 들어가는 외장을 만드는 TOC 금형을 직접 개발한 공로자이기도 하다. TOC 금형으로 찍어 낸 삼성 TV의 전면 외관은 두 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있지만 두 개의 수지를 접합한 형태가 아닌 사출 공정 한 번에 만들어 낸 것으로 자연스러운 색감과 매끄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이 금형은 두 색상의 플라스틱을 동시에 사출하면서 오차 범위가 1㎜ 이내여야 하는 초정밀 기술"이라며 "밝힐 수는 없지만 연간 수백억원의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3대로 가업을 이을 목적으로 외동아들인 정욱씨(30)를 운영지원과장으로 지난해 입사시켰다. 김 과장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외국어대학(98학번)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제품 생산부터 각종 관리 업무를 배우고 있다. 김 대표는 "10년 정도 가르치고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 전 주력 업종인 금형 제작 외에 전자제품 부품산업을 시작해 볼 계획도 갖고 있다. 유행이나 주문자 요구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 사업이 어렵고 주문자의 흥망에 따라 부침이 심한 금형업의 단점을 극복해 보다 오래 가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아들과 함께 100년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