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돋다? 돋구다? 돋우다!

"너 자꾸 내 화를 돋굴래?" "왜 자꾸 화를 돋우는 거야?" "그 사람 화를 돋아 봤자 좋을 거 없어."

비슷한 상황에서 말해진 세 문장 가운데 두 개는 어법에 틀린 말이 쓰였다.

'돋구다/돋우다/돋다'는 형태가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쓰임새가 각각 다르다.

이들 말의 기본형이 '돋다'임은 금방 알 수 있다.

'돋다'는 자동사이다.

그 뜻은 솟아오르다(해가 돋다),입맛이 당기다(운동을 하고 났더니 밥맛/입맛이 돋는다),속에 생긴 것이 겉으로 나오거나 나타나다(싹이 돋다/이마에 땀이 돋다),살갗에 어떤 것이 우툴두툴하게 내밀다(소름/여드름/두드러기가 돋다),감정이나 기색 따위가 생겨나다(생기/의욕/부아가 돋다) 등이다.

이 말에 사동이나 타동을 만드는 접미사 '구/우'가 붙어 파생한 말이 '돋구다' '돋우다'이다.

그런데 이 두 말을 사람들이 하도 뒤섞어 써서 현행 맞춤법에서는 아예 두 말의 쓰임새를 못박아 구분했다.

우선 '돋구다'는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는 뜻이다.

'돋구다'는 이 의미로만 쓰인다.

그 외 나머지 '높아지게 하다,끌어올리다'란 뜻으로 쓰이는 말은 모두 '돋우다'를 쓰도록 했다는 점을 알아 두면 편하다.

가령 '발꿈치를 들어 키를 돋우다/집터를 흙으로 돋우다/용기 · 입맛 · 호기심 · 목청 · 화를 돋우다' 등 '돋다'의 타동이나 사동형은 항상 '돋우다'이다.

주의할 것은 '돋우다'의 준말 형태로 '돋다'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준 국어대사전》은 '돋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이므로 '화를 돋다'와 같이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화를 돋구다/돋다'는 틀린 것이고 '화를 돋우다'만 바른 표기이다.

이와 관련해 '북돋다'는 '북돋우다'의 준말로 인정된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둬야 한다.

'북돋우다'는 '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돋우다'의 결합으로 이뤄진 합성어이다.

그러니 '용기를 북돋우다'나 '용기를 북돋다'나 모두 맞는 말이다.

유사한 사례로 '(밤을) 새우다'가 있는데,이 역시 준말로 '새다'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밤을 새우다'라고 해야지 '밤을 새다'라고 하면 틀린다.

그러나 이때도 합성어에서는 '밤새움(본디말)/밤샘'이 모두 허용되고,동사형인 '밤새우다/밤새다'도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