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냈다. 한국에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만든 결과다. "

지난주 찾아간 타이베이시에서 만난 이민호 KOTRA 무역관장은 "대만은 한국을 경쟁자로 보는데 한국은 대만에 무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1991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온 대만이 올 1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낸 데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흑자 규모는 2억7000만달러였다. 이에 대해 대만 경제부의 한 관리는 "경기가 위축돼 한국으로부터의 D램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관장은 대만이 한국으로의 수출을 꾸준히 늘리는 등 무역적자 해소에 노력해온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대만의 한국 견제 행보가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화 환율에 연동,대만달러 환율을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관리형 변동환율제가 적용되는 대만달러 가치는 원화가치가 추락한 지난해 동반 급락세를 보이면서 달러당 36대만달러까지 밀렸다가 최근엔 32대만달러 선까지 다시 올라온 상태다.

대만의 한국 기술 인수도 적극적이다. 한 한국 기업인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TSMC의 임원이 "반도체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 대학 연구소 상관없이 소개해달라.모두 사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 보고서는 한국의 FTA(자유무역협정)에 대응키 위해 중국과 ECFA(경제협력틀협정)를 추진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기도 하다(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의 최용준 대표보).게다가 마잉주 총통(대통령)의 양안 해빙정책은 대만 경제의 새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의 대만 정책은 1992년 한 · 중 수교로 대만과 단교한 이후 정체된 모습이다.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대만행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마 총통은 "양안 해빙으로 한국 · 대만 간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제 대만을 등에 업고 중국을 공략하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백용기 거붕그룹 회장)는 목소리는 아직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양안 변화에 맞춰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