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자 참여정부는 이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기술만 봤지 시장은 몰랐다. 당초 와이브로 개념을 좁게 정의했고,사업자 선정에서도 안이하게 접근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아마추어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시장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3월 남미 순방에서 페루와 와이브로 계약이 성사된 것처럼 카자흐스탄 와이브로 사업도 챙기라"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5일 미국 방문 때 와이브로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와이브로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와이브로 투자도 그렇고,가입자 수도 그렇다. 혹자는 우리 기술이라고 꼭 국내시장에서 꽃 피워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라.이건 서비스다. 서비스라고 물론 해외로 바로 진출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떤지 남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해외시장 개척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정부 들어 국내시장 활성화를 위한 묘수 찾기가 한창이다. 방통위는 오는 6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 와이브로망을 이용한 모바일 인터넷TV를 시연해 보일 것이라고 한다.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에 음성통신을 허용하는 데 이어 방송까지 결합시켜 주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다음 달에 신규사업자 선정,주파수 대가 인하 등 와이브로 활성화 대책도 내놓을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자들의 투자의지다. KT,SK텔레콤은 솔직히 투자에 그렇게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유선초고속 인터넷망과 3세대망이 잘 깔려 있어 중복투자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동통신 비즈니스에 와이브로가 데이터 서비스 등 보완 역할을 하는 건 몰라도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해 자신들의 주력서비스를 위협한다면 그들로선 달가울 리 없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시장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라는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업자들로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대로의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소비자는 경쟁을 원하고,시장은 역동적이어야 한다. 사업자들은 대체재를 싫어하겠지만 그렇다고 기술적 진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사업자들에게는 중복투자일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정부가 경쟁촉진 정책을 펴거나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는 근거는 모두 여기에 있다.

국가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투자라고 정부는 확신을 하는데 사업자들은 리스크 때문에 못하겠다면, 그거야말로 정부가 나서도 될 명분 있는 사업이다. IT(정보기술)뉴딜로도 이만한 걸 찾기 어렵다. 어쩌면 새로운 실험도 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망 사업자보고 정부가 망을 공개하라고 했지만 솔직히 이건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러나 정부가 투자한 망이라면 가능하다. 공정한 경쟁,콘텐츠 육성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부가 그렇게 할 용기와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게 없으면 민간의 투자도 이끌어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