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잡화 등 소비재 브랜드들의 수명은 기껏해야 2~3년인 반면 생활용품 분야에선 출시 30년 이상 지난 장수 브랜드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1966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인 애경 '트리오'를 비롯 LG생활건강의 '퐁퐁'(1972년),㈜피죤의 섬유유연제 '피죤'(1978년) 등이 아직도 매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피죤 등 주요 생활용품업체의 장수 브랜드는 많게는 해당업체 생활용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피죤의 경우 1분기 480억원의 매출 가운데 '피죤'으로 절반인 240억원을 올렸다. 애경은 '트리오'(60억원),세탁세제 '스파크'(192억원),치약 '2080'(119억원) 등 장수 브랜드 '3총사'의 매출이 371억원으로 생활용품 매출(873억원)의 42.5%를 차지했다.

이석주 애경 마케팅부문 상무는 "소비자들은 불황일수록 선택하는 데 고민이 필요한 신제품 대신 오랜 시간 써본 익숙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품질이 검증됐고 가격도 신제품보다 저렴한 장수 브랜드에 소비자들의 손이 먼저 간다는 얘기다.

'국민치약'으로 불리는 LG생활건강의 '페리오'는 치약시장에서 점유율 25%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출시 10년차인 아모레퍼시픽의 헤어케어 브랜드 '미쟝센'(180억원)과 보디케어 브랜드 '해피바스'(200억원) 역시 부침이 심하고 외국기업의 신제품이 쏟아지는 클렌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생활용품 매출(820억원) 가운데 두 브랜드가 46.3%를 차지했다.

장수 생활용품들의 공통점은 원래 브랜드명은 유지하되 리뉴얼을 통한 '회춘'을 거듭하며 수명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선호 변화에 맞춰 성분,패키지 등을 새단장하거나 원 제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하위 브랜드(서브 브랜드)를 꾸준히 내놓는 식이다.

애경은 43년 된 '트리오'의 낡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난해 9월 서브 브랜드 '트리오 곡물설거지'를 출시했다. LG생활건강도 '페리오'가 1990년대 중반 자사의 '죽염치약'에 밀리자 잇몸 건강,구취 제거,충치 예방 등 3가지 시리즈로 나눠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다시 점유율 1위로 올려 놓았다.

브랜드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수명을 연장시키도 한다. 2000년 염모제에서 출발한 미쟝센은 스타일링,샴푸,린스,왁스,세럼 등으로 범위를 넓히더니 지난해에는 마트용 남성화장품 '스타일M'을 출시했다.

그러나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기업이 장수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신제품 개발에 소홀해져 장기적으로 생산성 제고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