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기업들은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 할인 정책을 맨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인터브랜드는 최근 발표한 '2009 베스트 소매유통 브랜드' 보고서에서 가격 할인이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한 방안으로 고려돼야지 유일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섣부른 가격 할인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결국 브랜드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황기일수록 가격 할인 정책을 고려하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가 필요하다. 불황기에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브랜드 관리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객의 행동변화를 관찰하라

세계적 패션유통 브랜드 '자라'는 스페인 라 코루나에 위치한 본사에 전 세계 제품 판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담당자를 두고 있다. 또 각 매장의 매니저들에게는 제품 판매 순위가 표시되는 휴대용 컴퓨터가 주어진다. 이렇게 모니터링 되는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자라 매장은 언제나 고객이 원하는 최신 디자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자라 사례는 불황기에는 고객의 행동 변화를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매장 환경 및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다행히 최근 기업들은 고도화된 리서치 기술 덕분에 고객의 요구와 행동 변화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정보들은 매장 환경 개선에 직접 응용됨으로써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매장을 고객의 생활 속으로 옮겨라

유통 대기업들이 올 들어 소매유통 체인을 확대하고 있다. GS수퍼마켓과 롯데슈퍼는 올 한 해 20~30개의 점포를 새로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신세계 유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성장률은 전년 대비 6.1%로 예상되는 반면 슈퍼는 11.8%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불경기에 접어듦에 따라 유류비를 아끼기 위해 소비자들의 발길은 가까운 슈퍼로 향하고,대량 구매보다는 꼭 필요한 만큼만 사는 합리적인 소비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 대형 유통마트들이 동네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얇아진 지갑 때문에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을 때는 역으로 매장을 소비자들의 생활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는 것도 훌륭한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라

불황기일수록 소비자들은 신중해진다. 하나를 사더라도 따지고 또 따지는 경향이 생기게 마련이다. 세계적 화장품 유통 체인인 '세포라'는 최근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기에 앞서 보다 많은 정보를 원하고 있으며,또 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세포라'는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제품평가'와 '리뷰기능'을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공유했고,'Q&A 포럼'을 통해 궁금한 정보를 나누면서 세포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갔다.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라

기업은 불황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하며 브랜드 관리에서의 기본은 사회적 트렌드를 선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거의 모든 분야의 브랜드들이 성공 요소로 생각하고 있는 트렌드다. 또한 사회 전반에 걸쳐 그린 에너지,지구온난화 등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이와 같은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트렌드를 브랜드 관리에 적극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50% 감소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탄소 배출량 측정 · 관리 프로세스인 '홈플러스 탄소발자국'을 구축했으며,기존 점포에 고효율 조명과 전력 장비를 설치해 이산화탄소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내부 직원부터 시작하라

고객지향적인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기업들은 불황기에 예산상의 이유로 자칫 간과되기 쉬운 직원교육 프로그램을 오히려 더욱 강화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상반기에 600명 규모의 인원 감축을 단행하면서도 직원 교육을 위해 미국 전역 7100개 매장을 세 시간 동안 닫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은 회사의 핵심전략 설명과 함께 커피 품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

이처럼 불황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요 고객접점일 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의 바탕이 되는 직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시킴으로써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상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불황기일수록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험에 대한 총체적 관리가 중요하다. 다양한 브랜드 경험에 대한 총체적 관리를 위해 고객과 시장을 파악해야 하며,철저히 교육된 내부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갖고 그들의 실생활에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브랜드 관리가 중요함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며,불황이든 호황이든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상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 spark@interbra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