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이 다른 기업들끼리 지식과 기술을 융합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지식융합법(가칭)'이 제정된다.

국회 일자리창출 및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구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와 중소기업이업종중앙회(회장 이상연)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지식융합활성화 세미나를 연 데 이어 11일 정부 및 국회관계자들과 실무회의를 열어 '지식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양 기관은 앞으로 지식융합을 통해야만 신성장동력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지식융합촉진에 관한 법률'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번 지식융합법 제정은 중소기업이업종중앙회 회원기업 5800여개사가 공동으로 지식융합 실태와 제도개선방안을 마련,국회 중소기업경쟁력강화위원회에 제출하면 김용구 위원장이 중심이 돼 의원입법으로 법안을 제정하기로 했다.

김용구 위원장은 "현재 산업계가 주로 동일 업종끼리 협력하고 있는 점을 개선,자동차 전자 통신 화학 등 각자 다른 업종 간에도 공동으로 지식을 융합해 선진국을 따라잡는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낼 때가 됐다"며 "이를 위해 업계의 의견을 들어 지식융합법을 제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식융합 활성화세미나에서 "지능형 자동차,스마트의류,인터넷TV 등은 모두 융합이 빚어낸 작품"이라며 "한국경제의 미래는 융합을 통한 신기술확보와 신산업 창출에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무회의에서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재의 지식융합에 대한 산업계의 실태를 조사하고 지식융합법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도 "지식융합 활성화를 위해 일본의 관계법과 국내 실태를 조사하고 지식융합법 제정의 필요성을 명확히 검토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은 지식융합 촉진을 위해 △기업간 협력지원 시스템 구축 △전문기업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코칭시스템 마련 등 지식융합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상연 중소기업이업종중앙회장은 "이번에 제정하는 법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융합하고 협업을 추진,신기술 신제품 신사업을 만들어내 대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에서 '지식'이란 개별 기업이 개발해낸 신기술 신경영 신판매방법 신사업의 총합체를 일컫는다. 따라서 독자적인 지식을 투입하는 지식사업자는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정부 △공공기관 등을 포함한다. 사실상 이미 중소기업들은 이업종교류 등을 통해 지식융합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 들어 경북 칠곡에서 LCD TV용 힌지를 생산하는 이피텍(대표 변용근)과 대구에서 자동차용 스프링을 제조하는 경주스프링(대표 최상문)은 지식융합을 통해 미국 애플의 컴퓨터에 공급할 수 있는 힌지를 개발해냈다.

이번 융합에서 이피텍은 힌지의 디자인 및 설계를 맡았고,경주스프링은 정밀스프링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이피텍은 해외영업도 맡았다. 이를 통해 두 회사는 1000만달러어치의 힌지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부산지역에 있는 제노 등 12개 중소기업은 지식융합을 통해 컴퓨터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체하는 터치 패널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터치 패널은 컴퓨터 화면을 직접 접촉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입력 장치다. 이들은 기술융합으로 대형 디스플레이용 터치 패널을 이미 생산 중이다. 이 외에 전자칠판 내비게이션 등 많은 신제품들도 지식융합을 통해 창출된 것들이다.

이런 지식융합 환경을 고려해 중소기업계는 지식융합으로 창출된 신사업에 대해 2개의 사업자가 제품개발,원자재구매,생산,판매 등에서 각각의 지식을 투입해 성장성이 높은 제품을 생산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협업법인도 설립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업계는 정부가 중소기업지식융합 및 협업촉진계획을 수립,시행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 지식융합촉진계획에는 △지식융합정책의 추진방향 △국가적 기술융합과제 공고 △자금 및 컨설팅 지원 △참여할 수 있는 지식사업자의 대상과 범위 설정 등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엘빈 토플러는 "한국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의 융합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을 창출해야 하며 또한 한국의 미래는 융합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정부가 마련하는 지식융합정책에 따라 한국 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국회 중소기업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식융합법을 조속히 제정하기로 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