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설'이란 게 있다. 미국의 동물심리학자 손다이크(1874~1949)의 이론으로 동물의 행동이란 특정 자극에 대한 다양한 반응,곧 시행착오 속에 성공한 것은 강화되고 실패한 건 약화되면서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파블로프(1849~1936)의 조건반사론에 이은 학습효과론이다.

이번엔 원숭이도 실수를 통해 배우고 더 큰 이익을 위해 위험도 감수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 의료센터 벤 헤이든 교수팀이 실험했더니 원숭이도 더 큰 보상을 받거나 놓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점차 나은 선택을 하더라는 것이다.

동물도 선험을 통해 학습한다는 사실이 다시금 입증된 셈.그러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특정 상황에 대한 대응 결과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확 달라진다. 과감하게 덤볐다 혼나면 매사에 조심스러워지고,위험을 무릅썼다 뜻밖에 성공하면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대담해진다.

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해소될지 모른다는 예측이 대두되면서 사회 전반에 외환위기 학습효과 바람이 거세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는 것도 그렇고,기업의 구조조정이 미뤄지는 점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시각은 다양하다. 외환위기 때와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다른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쪽과 지난번에도 지나친 유의론을 믿다'망했다'는 쪽이 맞선다. 경계론 쪽에선 외환위기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부로 덤벼들었다간 자칫 성공 체험 우상화의 오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동성이 크다지만 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부동산 값은 더 이상 오르기 쉽지 않고,기업 역시 지금 구조조정을 안하면 장차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험 관리와 위험 감수를 내세우는 쪽 가운데 어느 편이 승자가 될지는 알 길 없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같은 형태는 아닌 까닭이다.

'실수를 통해 배운다'지만'실수를 통해 또다시 실수하는 법을 배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립대 연구진에 따르면 실수하지 않으려 끙끙대는 시간이 뇌에'실수 회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가능한한 빨리 정답을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되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면 잘못된 걸 연습하기 십상이란 조언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