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달부터 서울 · 수도권의 신규 분양이 호조를 보이는 건 딴 나라 이야기인 데다 분양권값이 떨어져서다. 여기에 걱정거리가 늘었다. 계약금 할인 혜택을 받고 분양받은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가 중도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경우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받지 못할 경우다.

부산에 사는 A씨는 재작년 10월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서면에 지어지는 신성미소지움 148㎡형을 분양받았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분양조건으로 발코니 확장과 새시를 무료로 시공해주는 데다 계약금을 500만원만 내도 된다고 홍보했다. 중도금까지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만큼 500만원만 넣어두고서 나머지 집값을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분양권을 팔고 나오면 된다고 분양업체는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공사인 신성건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공사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사고 사업장'에 대해 분양대금 환급을 책임지는 대한주택보증에 환급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계약 당시 전체 계약금 3700만원 중 A씨가 낸 500만원을 제외한 3200만원은 건설사가 무이자로 대출을 알선한 게 문제였다. A씨가 낸 돈은 500만원이었지만 건설사 계좌에는 A씨 명의의 은행 대출금 3200만원까지 3700만원이 계약금으로 입금됐었다. 일반적인 분양계약은 계약금을 깎아주는 만큼 중도금 금액비중을 높인다. 이와 달리 수요자의 계약금은 깎아주면서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관련 대금을 모두 챙긴 A씨 사례에 대해 대한주택보증은 건설사의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정상 계약으로 판단했다. "건설사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강구했던 변칙적인 계약까지 국민세금으로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게 대한주택보증의 설명이다.

결국 건설사의 변칙분양을 뒷짐지고 보기만 하던 정부와 공공기관이 변칙분양이 낳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수요자에게 돌리는 꼴이다. 분양실적을 높이려던 건설사와 비정상계약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공공기관 사이에서 재산피해를 입게 된 A씨.그는 "건설사가 지역신문에 특별분양 광고까지 내며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는 놔두던 대한주택보증이 이제 와서 그걸 문제 삼으면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