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하나로마트가 대형 마트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 농협 중앙회와 농협유통,지역 조합 등에서 제각각 운영하던 구매 · 물류 · 마케팅 업무를 '하나로' 통합,강력한 바잉 파워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향후 2~3년 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에 버금가는 소매 유통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다.

◆공산품 구매창구 '하나로' 통합

농협중앙회는 17일 전국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파머스마켓,유통센터 등 2100여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각종 공산품들을 다음 달 말부터 통합 구매 · 물류 본부인 하나로마트분사에서 일괄 구매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하나로클럽 양재점(농협유통)과 농협고양유통센터(중앙회),김천농협하나로마트(지역조합) 등이 CJ제일제당으로부터 백설탕이나 밀가루를 각각 사왔다면,앞으로는 농협 차원에서 통합 구매하는 것.물류체계도 협력업체들이 대리점 등을 통해 각 점포에 물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에서 지난달 말 개장한 평택물류센터 등에서 전국 점포로 일괄 배송하는 것으로 바뀐다.

농협은 통합 구매를 통해 '바잉 파워'를 키우고,단일 배송시스템을 통해 물류 비용을 줄여 농수산물에 비해 취약했던 공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근 하나로마트분사장은 "하나로마트에서 지난해 판매한 CJ제품은 2152억원으로 이마트(1645억원)보다 훨씬 많다"며 "그동안 구매루트가 분산돼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창구가 일원화된다면 대형마트들과 충분히 겨룰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점포별로 실시해 왔던 할인행사를 전국 2100여개점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등 통합 마케팅 활동도 가능해진다. 김 분사장은 "지난해 290억원이었던 행사용 '대량 할인 상품' 구매액이 올 하반기에만 3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며 "매장 효율 · 표준화를 위해 28만여개에 달하는 품목 수를 연말까지 7만여개로 대폭 줄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1000㎡ 이상 점포' 두 배로 확대

농협의 통합 소매점포 수는 현재 대형마트(3000㎡이상) 31개,슈퍼슈퍼마켓(SSM,1000~3000㎡) 214개,소형점포(1000㎡ 미만) 1894개 등 모두 2140개.2006년(2145개)에 비해 전체 점포 수는 비슷하지만 대형마트는 5개,SSM은 57개나 늘었다. 매출도 2006년 6조2089억원에서 지난해 7조4637억원으로 2년 새 20.2%나 뛰었다. 지역 조합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 온 '매장 대형화' 사업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2~3년 내 출점이나 증축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만 107개,투자 규모는 5300억원에 이른다. 대형마트급 규모의 점포는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각각 문을 여는 울산유통센터와 관악 유통센터를 비롯해 내년 말까지 6곳이 오픈한다. SSM 규모 점포는 70~80여개가 새로 생긴다. 농협은 현재 245개인 1000㎡ 이상 대형 점포를 2015년까지 500개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김 분사장은 "매장 대형화,통합 구매 등을 통해 2012년에 10조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특히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의 진출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동네 슈퍼마켓 시장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