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역발상이 큰 시장 개척

세계 산업계가 일본의 게임업체인 닌텐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국에는 왜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가 없을까 말하면서 닌텐도의 위(Wii)와 같은 게임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닌텐도를 배우자며 직접 일본 닌텐도 본사를 방문해 현장 학습을 했다.

과연 닌텐도가 어떤 기업이기에 세계가 바라보는 것일까?

우리는 과연 닌텐도 위와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

⊙ 순이익 3조원의 기업

[Focus] 게임기 시장 평정한 일본의 닌텐도… 그 성공 비결은?
닌텐도는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기 ·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만 해도 2790억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거의 3조원에 맞먹는다.

매출액도 1조8386억엔 규모이다.

원래 전통 민간 놀이기구인 화투를 만드는 중소기업이었던 닌텐도가 게임기업체로 변신해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물론 닌텐도는 슈퍼마리오 등 우리가 아는 각종 컴퓨터게임기도 개발했다.

닌텐도의 진가는 2006년 발매한 닌텐도 위와 교육용 소프트웨어 닌텐도DS 시리즈에서 시작된다.

위는 모든 사람들이 몸을 움직여가며 놀이하는 독특한 게임기이다.

기존의 마우스나 스틱 등을 전혀 쓰지 않고 단지 손에 잡히는 기구로 게임놀이하는 것이다.

테니스를 치면 테니스 라켓의 진동이 손으로 느껴지고 요가나 체조를 하면 그 속에서 몸의 균형을 느낀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닌텐도 위로 볼링게임을 즐기고 있고 일본 중 · 고등학교에서는 닌텐도 DS로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심지어 닌텐도 위 게임을 이용해 재활치료를 하는 '재활운동치료 wii-hab'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현재 위는 게임기 2600만대에 소프트웨어 2억2000만개를,닌텐도 DS는 3000만대에 소프트웨어 1억8000만개를 팔았다.

국내 판매도 이미 50만대를 넘어선 지 오래됐으며 올해 안으로 100만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닌텐도의 성공 비결은
[Focus] 게임기 시장 평정한 일본의 닌텐도… 그 성공 비결은?
닌텐도의 게임기는 단순하다.

그래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머리를 전혀 사용하지도 않고 몸을 움직이면서 온 가족이 즐긴다.

게임기 모니터도 컴퓨터 화면이 아니라 주로 TV 화면을 이용한다.

닌텐도의 타깃은 '5세부터 95세까지,게임을 하지 않는 모든 사람'이다.

닌텐도는 게임을 모든 사람이 즐기는 문화로 생각한 것이다.

닌텐도의 이러한 발상은 이른바 젊은이들만이 컴퓨터에 앉아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누구나 손쉽고 재미있게 참여하는 것이 게임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런 문화를 팔 수 있는 힘은 물론 닌텐도의 역발상 경영에서 나왔다.

닌텐도는 게임기를 다루는 공간에 주목했다.

공간 영역을 확대해 움직이는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영역이 확대되면 그만큼 재미도 증가한다는 사고였다.

닌텐도의 한국 담당자는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은 아이들이나 젊은 남성층,게임 마니아들이 하는 것이고,게임의 진화란 갈수록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내용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식의 고정관념 또는 상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게임의 조작이 어려워지고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게임에서 떠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닌텐도는 게임 인구를 늘리는 데 주목했고 이에 따라 가족이 즐기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을 고안해 낸 것이다.

그는 "닌텐도는 게임인구 확대를 위해 연령,성별,게임 경험의 유무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제안했다"며 "복잡한 조작 버튼이 아닌 하드웨어의 직감적인 조작 방식에 따른 게임을 도입하면서 게임을 그만둔 사람이나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게임을 즐기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뿐만 아니다.

닌텐도는 게임기와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었다.

게임기만 팔지 않고 소프트웨어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기를 사면 소프트웨어도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업 매출은 배가 된다.

⊙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1990년대부터 정부가 전략적으로 문화산업을 키우면서 게임 분야가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정보기술(IT) 확산과 함께 온라인 게임분야에서는 세계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급부상했다.

한국 기업들의 게임분야 실적도 좋아 엔씨소프트는 신작 게임 '아이온' 덕분에 1분기에 13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것이다.

넥슨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509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NHN의 게임사업부문 ''한게임'도 지난 1분기에 1164억원의 매출을 올려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대에 올라섰다.

한국의 게임이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이미 현재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상태다.

일부 경제분석가들은 "중국 시장을 등에 업고 한국 온라인 업체들이 일본의 비디오 게임 업체인 닌텐도를 수년 내에 따라잡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일본의 닌텐도를 능가할 게임업체가 한국에 수년 내에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 경쟁력을 갖춘 데다 문화가 중국과 비슷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낙관론과는 달리 한국은 영원히 닌텐도 위와 같은 제품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닌텐도 위의 성공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겨 쓴다는 이른바 수평 문화적 세계관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수직적인 문화와 권위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 있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