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현재 지난 10년간 이룬 금융 개혁의 성과가 유지될 수 있는지 기로에 서 있다. 단기적인 부양을 위해 정책 당국자들이 개혁 성과를 뒤엎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전략 핵심은 폭발적인 은행 대출 팽창이다. 은행은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 중 절반을 담당한다. 또 중국 정부는 기업 대출 증가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중국 은행들의 1분기 신규 대출 규모는 4조5000억위안 가량으로 지난해 연간 대출 규모보다도 8% 더 많은 수준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은행에 심하게 개입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1980~90년대 중국 은행들의 부실 여신은 전체 여신의 무려 20.4%에 이르렀다. 정부 지시 때문에 상환이 불가능해도 은행들이 대출해 주는 경우가 많아 악성 채권이 쌓였다.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6.5%에 달한 부실 여신은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중국 정부는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 신설,10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등을 통해 가까스로 이런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 2008년 부실 여신 규모는 전체 여신의 2.5% 이하로 떨어졌다. 은행들의 영업 방식도 바뀌었다. 은행 임직원들은 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 진짜 금융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렵게 이룬 금융 시스템의 발전은 현재 퇴보할 위험에 처해 있다.

겉으로 보기에 중국 은행들의 건전성은 높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부실 여신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서 보면 상황은 이와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경기부양 자금이 투입되기 전에 이뤄진 대출이 문제다. 급감한 수출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이들 여신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중국 은행의 부실 여신 감소는 은감위가 대출 만기를 재조정해 부실 여신 신고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외국계 은행이 신고한 부실 여신은 지난해 초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는 신규 대출에 비하면 소소한 문제다. 현재 중국 은행들은 경기 전망이나 기업 신용 분석에 근거해 자금을 빌려 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돈을 풀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대출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신규 대출은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위해 쓰이고 있으며,확실하게 상환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프라 건설 모두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 신규 대출 상당수는 부실화 위험이 높다. 1분기 신규 여신의 절반인 2조4000억위안이 단기 대출인 데다 그 중 1조5000억위안은 기업들이 운전자금 마련을 위해 빌려갔다.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은행이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은행이 날뛰게 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극적인 역류다. 중국은 오랫동안 그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정리=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이 글은 칭화대 경제경영학부 교수인 패트릭 코바네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완의 중국 금융개혁'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