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表明)하고 엄중한 경고를 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던 신 대법관이 단독판사들에게 재판 진행과 관련해 여러가지 견해를 밝히면서 비롯된 재판개입 시비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 입장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의 최고 직급인 대법관이 강한 경고를 받았다는 이례적인 사실만으로도 매우 유감스런 일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대법원장은 재판의 내용이나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데 대해 엄중히 경고했고,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는 결과가 초래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는 대법원 발표를 보면 경고수준도 결코 낮아 보이지는 않는다. 당사자인 신 대법관도 이날 대법원장의 경고를 받아들이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안이 이렇게까지 커지면서 법원 내부의 사안이 아닌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럴 때는 상황을 좀더 진중하게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의 신뢰회복과 법관의 재판독립에 노력하겠다는 대법원장의 지적도 있었고, 사법부 전체의 발전 차원에서 볼 때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원만히 풀려가리라고 믿는다.

다만 지금까지의 사태진행과정만 보더라도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재판을 하는 법관들까지 가볍게 행동하면서 집단행동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편치않을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오늘은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회의도 열릴 예정이니 일종의 여론몰이가 진행중인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러다가는 자칫 판사들이 연판장이라도 들고 단체행동까지 벌이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법원이 어떤 곳인가. 최고의 독립기관으로서 최대의 자율성을 스스로 확보해가는 곳이며,고도의 윤리성을 바탕으로 법과 양심에 따라 대소사의 잘잘못을 가리는 재판을 하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판단과 통제 역량이 그 어떤 기관보다 높아야 한다. 구성원인 판사들 역시 말 한마디,행동 하나하나까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중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