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노트북 바닥의 열 때문에 무릎 위에 놓고 쓰기 힘들잖아.' '이런! 마우스가 커피에 흠뻑 젖었네.이걸 물로 씻을 수도 없고….'

소비자들의 사소한 불편을 해결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있다. 무릎 위에 쿠션처럼 올려놓고 쓰는 노트북 받침대,물로 씻어도 되는 마우스 등을 만든 벨킨(Belkin)이 주인공이다. 애플의 아이팟(ipod)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애플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만든 갖가지 색상의 보호 케이스와 아이팟을 팔에 차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암밴드(Arm band)'도 이 회사 작품이다. 1982년 창립 이후 IT(정보기술) 주변기기를 생산해 온 벨킨은 한 번의 적자도 없이 해마다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소비자들이 미처 자각하지 못한 불편함까지 말끔히 해소해주는 탁월한 디자인 능력이다. 이런 디자인 능력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디자인센터 IDG(Innovation Design Group)에서 나온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거는 대부분의 IT업체와 달리 벨킨은 전체 예산의 20%,인력의 10%를 IDG에 투자할 정도로 디자인을 중시한다. '철저한 관찰'을 통해 보이지 않는 불편함까지 포착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다.

IDG 디자이너들은 새 제품을 디자인하기 전에 일일이 소비자 가정을 방문하거나 쇼핑에 동행해 제품 사용 습관과 행동 패턴을 관찰한다. 앞서 소개한 노트북 받침 '쿠시톱(Cushtop)'도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 소비자들이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사용할 때 흔들림이나 밑부분 열기 때문에 불편해 하는 모습에 착안한 것이다.

벨킨처럼 '소비자의 숨은 불편까지 해소해 준다'는 디자인 컨셉트는 자연스럽게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고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키웠다. 충성도는 또다시 이 브랜드를 다른 회사 브랜드와 바꿀 수 없는 막강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만들어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 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비자가 왕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신들의 기술력을 자랑하거나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제품만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를 잊고 자기만족에 빠졌던 많은 혁신 제품들은 실패했다. 물론 기능보다 예쁜 디자인만 추구해도 문제다. 유행이 바뀌면 제품 생명도 끝난다. 디자인을 제품의 외양과 포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차원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불황기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깐깐해 졌다. 단순히 예쁘거나 기능이 우수한 제품보다는 '내가 가진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다. 먼저 세심한 관찰을 통해 소비자를 이해하라.그리고 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불편마저 없애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아라.이렇게 해서 소비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치열한 경쟁과 불황의 늪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조미나 이사/이하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