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곳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불황의 무풍지대죠." 지난 주말 현대모비스의 충남 천안 ABS(전자식 미끄럼 방지 장치) · 에어백 공장.변일식 공장장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곳 생산직 근로자 295명은 주 · 야간조로 나뉘어 평일엔 기본근무 8시간에 잔업 2시간을 합한 '10+10 근무'를 하고 주말엔 월 2회 특근도 한다. 자동차업계가 최악의 불황에 빠진 작년 4분기부터 지금까지 근무시간을 축소한 적이 없다. 변 공장장은 "주문 급증으로 에어백 생산량은 작년 441만개에서 올해 511만개로,공장 매출은 42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2.같은 날 현대모비스 경기 평택 MDPS(전자식 조향장치)공장.이주권 생산팀장은 "MDPS는 전 세계적으로 경차 및 중소형차에 활발하게 채택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소형차 수요 확대로 MDPS 주문도 늘고 있다"고 했다. MDPS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면 광학센서가 회전 방향과 주행속도 등을 감지하고 전자제어장치(ECU)가 이를 해석,전기모터로 바퀴의 방향을 바꿔 주는 첨단 조향장치다. 기존 '파워 핸들'보다 연료 효율 및 주행 안정성을 높인 제품이다. 현대모비스 MDPS공장은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40% 정도 많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첨단 전자기술을 접목한 자동차 부품이 현대모비스의 신종 캐시 카우(수익 창출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3.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524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에어백 MDPS 등 핵심 부품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2000년대 초부터 핵심 부품 육성에 나서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 미래 지능형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에어백은 가장 먼저 진출한 핵심 사업이다. 2004년부터 탑승자의 체격과 앉은 자세,안전벨트 착용 여부,충돌 강도 등에 맞게 에어백 팽창 크기가 자동 조절되는 '어드밴스 에어백'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이수천 ABS · 에어백공장 생산팀 차장은 "무릎보호 에어백,머리 받침대 에어백,(범퍼에서 터지는) 보행자 보호에어백 등도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어백은 최근 몇 년 새 차 1대당 장착하는 수가 늘어난 데다 운전자의 안전의식 제고로 소형차 · 경차까지 기본 적용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모비스는 △전자제어장치로 공기압을 통제,승차감을 높이는 '에어 서스펜션' △조명 각도 및 밝기가 상황에 맞게 변하는 지능형 전조등 시스템(AFLS) △네 바퀴에 장착된 센서가 각각 바퀴 움직임을 통제,급커브길 등에서 차를 안전하게 차선에 머물게 해주는 차량자세제어장치(ESC) 등도 핵심 부품으로 키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독일 보쉬,미국 KSSI 등 선진 업체들과 기술제휴를 맺어 제품을 생산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자체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대오토넷과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핵심 부품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의 강점인 모듈(부품덩어리) 제조 기술과 현대오토넷의 강점인 전자장치 부품 · 전자제어 기술을 접목,핵심 부품 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임채영 모듈사업본부장(부사장)은 "글로벌 10대 부품회사 조기 진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천안 · 평택=이상열/박동휘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