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미국 은행중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등 10개 은행에 약 750억달러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소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공개됐다. 테스트 대상의 절반이 넘는 은행이 자본 확충을 요구받은 만큼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당초 우려(憂慮)했던 것 보다는 결과가 심각하지 않게 나타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은 물론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자본확충을 요구받은 은행들의 자금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질지가 미지수인데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부실자산 처리 문제는 여전히 남는 까닭이다. 이는 미국발 금융불안이 언제 재발될지 모른다는 얘기로 국내 은행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비교적 안정적 수준이나 지금 같은 추세로 부실자산이 늘어나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1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은행 부실 문제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게다가 연체율은 1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부실자산 증가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은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 되고 이는 결국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미국은행들의 자산건전성 테스트 결과가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