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1시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21라인.조립이 완료된 아반떼가 의장공장(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립하는 단계) 최종선에 도착하자 임직원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동안 투싼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만 생산하던 울산2공장에서 '혼류생산 1호 아반떼'가 처음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현대차는 공장 간 일감 나누기를 통해 울산3공장에서만 생산해온 아반떼를 2공장에서도 만드는 혼류생산을 시작했다. 회사는 소형차 생산을 증대,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근로자들은 6개월 만에 잔업을 재개했다. 공장 간 일감 나누기로 노사가 윈-윈하는 기회를 만든 셈이다.


◆생산 3배로 증가 '일감 나누기의 매직'

울산2공장은 21라인과 22라인 등 두 개의 생산라인이 있다. 21라인은 투싼과 싼타페,22라인은 싼타페와 베라크루즈를 각각 생산해왔다.

하지만 현대차는 SUV 수요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말 170억원을 들여 '투싼+싼타페' 대신 '투싼+아반떼'를 생산할 수 있도록 21라인 교체 공사를 했다. 3월 말 노사 일감 나누기 합의 후 지난달부터 품질관리 등 준비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2공장 아반떼 생산을 시작한 것.

현대차는 2공장 21라인에서 연말까지 아반떼 6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3공장에서 잔업과 주말 특근을 통해 올해 만들 수 있는 최대 생산 가능 물량인 39만대를 초과한 잉여물량을 2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다. 송천권 울산2공장장(상무)은 "공장 간 물량 조정을 통한 혼류생산 체제 도입으로 2공장 21라인은 SUV 주력에서 소형차가 주력인 생산라인으로 탈바꿈했다"며 "그만큼 현대차의 생산 유연성도 진일보했다"고 설명했다. 물량 조정이 없었다면 21라인에서는 올해 투싼 2만여대만 생산할 예정이었다. 일감 나누기를 통해 21라인 생산물량은 3배 정도 늘어나게 됐다.


◆6개월 만에 잔업 체제 복귀

울산2공장 근로자들 얼굴에도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2공장 21라인은 이날부터 주 · 야간 근무조가 하루 기본 근무시간 8시간에 잔업 2시간씩을 하는 '10+10'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작년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잔업이 재개된 것이다.

2공장 근로자들은 그동안 일감 부족으로 '8+8' 근무체제를 이어오면서 잔업 및 월 4회 휴일 특근을 하는 울산3공장 근로자들에 비해 평균 100만원 정도 월급을 적게 받았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하루 잔업 2시간 수당인 월 40만원을 평균적으로 더 벌 수 있게 됐다. 이승희 2공장 관리지원2담당(이사)은 "주문 상황을 봐가며 2공장에도 주말 특근 도입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노사는 물론 노노 간 상생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잉여물량을 넘긴 3공장은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카(석유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구동하는 차량)인 '아반떼 LPI' 생산을 위한 발판을 구축했다. 현대차는 조만간 아반떼 LPI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3월 말 물량공동위원회를 상설화,공장 사업부별 합의를 배제하고 모든 공장 간 물량 이동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공장과 3공장 간의 물량 배분을 계기로 향후 시장 상황에 맞게 공장 간 일감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