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GM 역시 어떤 형태로든 개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 인수 · 합병 조짐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의 오펠 등 유럽 사업부문 인수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렇다. 성사된다면 르노-닛산, 포드, GM 자체를 따돌리고 폭스바겐을 위협하면서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어 성사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세계자동차 회사들이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등 주요 산업들의 경쟁구도가 그 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은 진작부터 나왔었다. 문제는 그런 흐름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 오펠 사이에서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아트의 최고경영자인 마르치오네가 "가시밭길같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간단한 해결책"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주목(注目)해 볼 만하다. 상황이 비록 좋지 않지만 그럴수록 인수 · 합병 등 공격적인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새로이 그려지고 있고, 여기에 중국의 부상 등 과거와 다른 변수들이 생겨나고 있고 보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대응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전에 설정됐던 목표나 경쟁전략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파트너십, 인수 · 합병 등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응하려면 다각적인 방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