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월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초고층 통합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후 이 일대 아파트들은 일제히 기대감에 들썩였다. 단숨에 수억원이 오른 아파트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거래는 현재 소강상태다.

더욱이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가 지연되는 등 정부 규제 완화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매수자들도 일단 지켜보자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과거 고점에 거의 근접한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 3차 109㎡형은 서울시 발표 전에 비해 무려 3억2000만원 뛰었다. 최근 12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며 매도 호가는 13억원까지 나온다. 2006년 말 최고가는 13억2000만원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 거의 꼭짓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거래나 매수 문의도 많이 줄었다.

압구정동 인근 나온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 현재는 약보합 상태로 돌아섰다"며 "당분간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지구와 함께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영등포구 여의도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119㎡형의 가격은 현재 10억원 선.매도호가는 최고 11억원이다. 서울시 발표 전만 해도 8억5000만원 선이었던 가격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6월께 11억5000만원에 고점을 찍어 추가 상승은 힘들어 보인다.

시범아파트 매물을 거래하고 있는 정승환 베스트공인 대표는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거래가 많이 줄었다"면서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주민들이 쉽사리 집을 내놓지 않아 매물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도정비구역에 포함돼 있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05㎡형의 현재 가격(매도호가)은 15억~15억5000만원 선.올초 12억5000만~13억원 선이었음을 감안하면 2억~2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2006년 최고가격은 16억5000만원이었다.

반포주공 인근에서 영업 중인 나종구 동아공인 대표는 "지난해 10가구가 거래됐는데 올 들어 70가구가 매매됐다"며 "지금은 매수자들도 부담을 느끼는지 거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단기간 급등한 것은 그만큼 이곳이 정부나 서울시의 규제 완화에 상당히 민감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의 보합세가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려면 앞으로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완화 등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