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사장 유민근)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SH란 '서울 주택(Seoul Housing)'을 상징한다. 서울시가 주택 정책을 기획,수립하는 머리에 해당한다면 SH공사는 이 같은 정책을 현실화시키는 손발 격이다.

SH공사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1989년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지난 20년간 택지와 도시개발,주택건설,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통해 총 23개 지구,총 700만㎡를 개발했다. 주택공급량만도 16만여가구에 달한다. 이밖에 도로개설 등 39가지 도시계획사업도 수행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2006년 취임한 이후 서울시는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변 전셋값의 60~80% 가격에 20년 이상 내집처럼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가 등장했다. SH공사가 건설하는 시프트는 2007년 강서구 발산지구,장지지구에서 처음으로 공급된 이래 매번 두자릿수 이상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무주택 서민의 꿈과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SH공사는 또 2007년 건설업계 최초로 은평뉴타운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도 당초 발표한 것보다 10%가량 내리는 등 주택 가격의 거품을 빼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경영 혁신으로 SH공사는 지금까지 고도 성장을 거듭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새 사령탑을 맞이했다. 민간 건설사 출신으로는 처음 SH공사를 맡은 유민근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변화와 열정을 주문했다. 유 사장이 추구하는 핵심 목표는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살고 싶은 서울 만들기'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SH공사는 이런 경영방침 아래 최근 창의와 놀이의 가상공간인 '창의놀이터'와 '지속창의사이클'을 개발했다. 또 인터넷방송국 '시프트TV'도 구축했다. 아울러 올해 인터넷 동영상 학습시스템인 '창의오딧세이'를 개발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이 같은 경영 전략은 각종 신기술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2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무거푸집 기둥공법은 입주자의 불만을 대폭 완화했다. 이 기술로 아파트 층간 소음이 크게 줄어든 데다 공기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 또 폐타이어를 이용한 층간 소음재를 개발해 원가절감은 물론 친환경 시공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SH공사는 이를 비롯한 관련 특허를 출원 중이다.

SH공사는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다양한 주거유형의 개발과 공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양적인 공급 확대에서 탈피해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SH공사는 공동주택 디자인 경영 매뉴얼을 수립했으며 '여성이 행복한 아파트 평면'을 개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신기술 개발이나 주거유형 다양화 전략과 함께 고객 중심의 경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파트 설계에서부터 시공,준공,입주까지 전 단계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부 모니터와 프로슈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ISO 국제품질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모든 건설현장에 품질보증 체계를 구축했다.

SH공사는 올해 공급될 분양주택 5407가구,시프트 3175가구,국민임대주택 1914가구 등 총 1만506가구의 주택에 이 같은 고객중심 경영을 적극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SH공사는 주택건설뿐만 아니라 각종 미래전략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서구 마곡 워터프론트 개발사업과 송파구 동남권유통단지 건설사업,문정 법조타운 개발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용산국제업무단지와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개발,한강시민공원 내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 조성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시프트 등 임대주택 건설이나 주거환경 개선에 쓰여질 전망이다.

유 사장은 "SH공사를 통해 서울시민 모두가 내집 마련의 걱정을 덜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공기업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