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5일 가족들과 부산 고향집을 다녀오기 위해 자가용으로 집을 나선 직장인 고모씨(40 · 서울 양천구 목동).하이패스(고속도로 무정차 시스템) 단말기 덕분에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톨게이트를 논스톱으로 빠져 나온 그는 경기 기흥을 지날 무렵,하이패스 단말기에서 '전방 2㎞ 앞에서 차량 3중 추돌사고가 났다'는 음성 메시지를 들었다. 고씨는 곧장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탔다. 동시에 단말기에서 다시 '영동고속도로 곳곳이 어제 내린 비로 미끄러우니 안전 운전하라'는 정보가 전달된다. 고속도로 곳곳에 촘촘히 깔려있는 센서가 실시간 도로정보를 하이패스에 전달하는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런 모습이 현실화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사장 류철호)가 미래핵심사업으로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모든 노하우를 집약한 '스마트 하이웨이(꿈의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ITS는 정보,통신,컴퓨터,제어기술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수집 · 관리 · 제공하는 최첨단 교통관리 시스템이다. 도로에 설치된 CCTV,교통량 및 속도인식장치(VDS) 등 장비를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집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다. ITS는 차량운행 속도를 향상시켜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줄이고 도로와 차량의 안전관리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스마트 하이웨이는 한국도로공사의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의 핵심이다. 하이패스에 첨단 정보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하이웨이를 구축하면 통행료를 내기 위해 차를 멈출 필요가 없어 연간 10만t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 2017년 구축되면 교통혼잡비 10%,교통사고비용 10%,건설공사비 5~10%를 각각 줄일 수 있다는 게 도로공사의 설명이다.

도로공사의 녹색성장사업은 고속도로 설계,건설,유지관리,연구개발 등 모든 단계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설계단계에서는 친환경 · 지능형 도로 설계기술과 고속도로 공공디자인 표준모델을 개발하고,방음터널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도 설계시 도입한다.

건설단계에서는 2012년까지 12조원의 건설투자를 조기집행해 친환경 고속도로를 건설키로 했다. 또 CO₂ 흡수원인 수목을 1000만그루 심어 고독도로 전 구간의 그린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로화수(路 · 花 · 樹) 1000'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지관리단계에서는 차량이 정차하지 않고 통행요금을 전자결제하는 하이패스를 확대해 이용률을 현재 36%에서 2012년 70%로 높이기로 했다. 단말기 보급은 현재 200만대에서 2012년에는 520만대로 늘릴 방침이다. 또 교통 지체 및 정체 해소를 통해 CO₂를 줄이는 '갓길차로제'를 도입하고 폐도 복원사업,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승용차의 CO₂ 발생을 줄이기 위한 복합환승센터 설치 사업 등도 추진한다.

연구개발단계에서는 포장단면 저감공법,중온 아스팔트,에코드라이빙 기법,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도로시설물 디자인 등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이용객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우선 통행료 할인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고속도로 출퇴근 차량 할인율을 종전 20%에서 작년 5월부터 50%까지 확대했다. 화물차 심야할인을 종전 10t 이상에서 모든 화물차로 확대했다. 지난달 1일부터 고속도로 관련 모든 정보 문의와 민원 안내가 가능한 통합콜센터(15880-2505)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통합콜센터 운영전까지 고속도로 교통정보는 1588-2505,하이패스 문의는 1577-2504,각종 민원안내는 (02)2230-4114로 분리 운영해 고객이 겪었던 불편을 없앤 것이다.

해외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2005년 해외사업을 시작해 현재 4개국에서 총 6건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점 사업대상국은 베트남 등 동남아 개도국이다.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설계,감리,기술자문 등을 지원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