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무통 로쉴드 2004' 가격이 얼마죠?"(기자) "144만원입니다. "(A백화점 본점 직원) "원래 132만원인데 84만원까지 해드리겠습니다. "(강남점 직원)

최근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와인 가격을 취재하면서 실제 겪은 일이다. 같은 백화점에서도 점포마다 가격이 다르고 요일별로도 달랐다. 파는 사람들조차 수시로 변하는 와인 가격을 제대로 모르고,정상가와 할인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마비바 2006'의 경우 신세계 본점에선 매장 직원이 27만원이라고 했는데 같은 날 홍보실에선 29만원이라고 알려왔다. 롯데백화점은 이 와인의 가격을 문의할 때마다 '20만원→25만원→27만원→29만원'이라고 답했다. 결국 와인을 얼마에 살지는 순전히 소비자의 '복불복(福不福)'인 셈이다.

한 매장에서 같은 와인의 가격이 다른 웃지 못할 장면도 목격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샤토 무통 로쉴드 2004'는 132만원짜리와 144만원짜리가,'오퍼스원 2005'은 87만원과 95만원짜리가 매장에 함께 진열돼 있었다. 왜 가격이 다르냐고 묻자 직원은 "수입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만 답할 뿐 가격차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매장을 꼼꼼히 살펴본 손님이 아니라면 비싼 가격의 와인을 집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4월28일자 본지에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백화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신세계 측은 "기사에 나온 와인 가격이 틀린 것 같다"고 주장하면서도 "가격표를 직접 확인했느냐"고 기자가 묻자 대답을 못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와인가격이 백화점마다 왜 이렇게 천차만별"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내부적으로 알아보니 가격에 문제가 있어 남성정장의 그린프라이스처럼 거품을 걷어내고 '착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와인시장은 최근 5년간 비약적으로 성장,연간 5000억원 규모에 이르고 1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신세계,LG,롯데 등 대기업들도 와인 수입 · 유통사업에 혈안이다. 하지만 시장의 가장 기본인 '가격'이 이렇게 고무줄이어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없다. 이처럼 와인 한 병 사려고 이곳저곳 발품을 팔고 전화를 돌려야 한다면 와인시장이 그렇게 커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쯤되면 와인 가격도 주유소 휘발유 값처럼 인터넷을 통해 매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