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어제 45개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을 대상으로 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불합격점수를 받은 14개 그룹 중 부실정도가 심한 10개 그룹에 대해 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MOU)을 맺고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또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개별 대기업에 대해서도 정밀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부실 징후(徵候)가 있는 기업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조선 해운 등 개별 산업별로 진행돼 오던 구조조정작업이 대기업 등 전 산업계로 확대된 모양새다.

이에따라 이달부터 산업계에는 강도높은 자구노력이 잇따를 전망이다. 주채권은행과 MOU를 체결할 11개 그룹은 과도한 차입과 합병 등을 통해 외형을 확대한 것이 유동성 악화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 만큼 계열사나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군살빼기는 물론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 노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개별대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지금까지 14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된 재무구조, 영업상황 등에 대한 기본평가에서 400여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아 세부평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C등급(부실징후기업) 또는 D등급(부실기업)을 받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절차를 밟게 될 기업이 적지 않게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구조조정 작업은 신속 과감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용두사미 꼴이 되기 십상인 까닭이다. 조선 건설업 구조조정이 소리는 요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만 봐도 이는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5월은 기업 구조조정의 향방을 가름할 최대 고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그룹과 개별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은 물론 건설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 또한 효율적 마무리 수순을 밟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이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 작업이 혹시라도 겉도는 일이 없도록 옥석가리기 과정을 철저히 챙기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들이 신속하고도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진행하도록 적극 독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