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구성원들이나 직원들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것을 실현시켜 주는 일이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평소 사람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기로 유명하다. 기 사장 스스로도 '화합형 리더'라고 말한다. 금호석유화학이 22년 동안 무분규 노사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뢰'와 '양보'라는 오랜 전통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기 사장의 평소 직원을 배려하는 리더십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평가다.

기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이 없었다면 노사상생경영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호석유화학이 지난 1월 '항구적 노사 산업평화 실천 결의대회'를 열어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협상의 동력을 선포한 것이나,경영층이 솔선수범해 임금의 일부를 회사에 반납했던 일 등은 평소 화합형 리더인 기 사장의 스타일이 임직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은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 사장은 2006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 금호석유화학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열정과 혁신'을 강조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500년 영속기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생산,영업,관리 등 전 부문의 경영 합리화를 추진해 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슬로건인 '아름다운 기업' 이념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아름다운 기업 7대 실천과제' 실행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기 사장은 원래 '재무통'으로 유명하다. 1976년 금호실업에 입사한 그에게 처음 주어진 일도 경리업무였다. 입사한 지 2년 만에 그룹 계열사 간 외환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절약한 공로로 '그룹 부회장상'을 타기도 했다. 이후 기 사장은 그룹회장 부속실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상무를 역임하기까지 계속 재무 및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2004년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 금호폴리켐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재무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당시 선물환을 통해 환율 변동위험에 대비하고 차입금 상환일정을 한 달 단위로 쪼개 불필요한 자금이 낭비되는 걸 최소화했다. 공정개선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그 결과 같은 재료로 생산성을 2배로 높인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같은 저력으로 인해 업계 안팎에선 기 사장의 행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정밀화학 분야에서 금호석유화학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그의 전략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