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적막할까.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을 쓴 김옥림 시인은 '사랑'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했다. 아마 창조주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감정도 바로 사랑일 것이다.

사랑의 종류와 대상은 천차만별이지만 이 세상에 사랑 없이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자식 간의 사랑은 가장 '완전한 사랑'이다. 대상을 선택할 수도 없고,조건도 없으며,한번 사랑하면 바꿀 수도 없다. 이에 비해 형제자매 간의 사랑은 보다 수평적이어서 '시소게임 같은 사랑'이다. 만일 환경의 변화로 관계가 대등하지 않거나 한쪽의 사랑이 기울면 다른 쪽도 기울기 쉽다. 스승과 제자의 사랑은 '선택적인 사랑'이다.

많은 스승과 수많은 제자가 만나지만 결국 스승의 가치관에 공감하는 제자들이 스승을 따르며 사제의 정을 나누는 듯싶다. 남녀 간의 사랑은 뜨겁지만 가장 '이기적인 사랑'이다. 시작부터 '이상형을 고른다'는 미명 아래 조건이 개입한다. 순간온수기처럼 순식간에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냉방병에 걸린 듯 순식간에 식어 버리기도 한다. 또 결혼이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기억의 저편으로 도망치듯 사라져 버린다.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동료,부하와의 사랑은 다소 '계산적인 사랑'이어서 아무래도 직장생활에 보탬이 되는 사람에게 사랑이 쏠리는 것이 좀 멋쩍다.

국가에 대한 사랑은 '보이지 않는 사랑'이다. 국가의 실체는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지만 국가를 사랑하는 일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일을 하는 틈틈이 국가의 존재를 의식하는 때문인지 그 사랑은 더욱 깊은 편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사랑에 만족하지 않고 권력이나 금력을 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삐뚤어진 사랑'이다.

흔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남의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는 '혼자만의 사랑'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자기만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의 사랑을 저버리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로맨틱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겁한 사랑'이다. 이룰 수 없는데도 강행하는 사랑은 사랑이기보다는 그저 책임지지 않는 욕망에 불과할 것이다.

사랑은 대체로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한낱 사랑 때문에 인생이 봄날이거나 가시밭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구와 어떤 사랑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사랑은 운명을 가장해 느닷없이 찾아오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란 없다. '금지된 사랑'은 달콤하지만 그 열매는 쓸 것이다. '후회하는 사랑'은 '못다한 사랑'보다도 훗날의 비참함이 훨씬 크리라.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사랑,한껏 만끽해도 비난받지 않는 사랑,갑자기 고백해도 축복받을 수 있는 사랑만이 인생의 빈자리를 채워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