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돼지 인플루엔자(SI)로 100여명이 숨지고 16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 데 이어 미국 영국 콜롬비아에서도 감염(感染)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등 SI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사망자 수가 계속 늘고 있는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SI가 전 세계 유행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 공포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SI는 감염된 돼지와 접촉한 사람에게 옮을 수 있는 호흡기 질환으로 치사율이 5~10%에 달할 정도로 높다고 한다. 멕시코에서 감염지역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미국 정부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각국 정부가 긴급하게 방역대책에 나선 것도 이런 위험성 때문이다. ?l

문제는 SI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줄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몇주 만에 사라질 수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보다 더 큰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어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SI에 대한 일일점검 체계를 가동, 감시 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또 출입국자에 대한 검역과 발열(發熱) 감시 등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멕시코 여행객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SI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모를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정부는 필요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유입시 대응책 등을 미리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SI에 대한 지나친 우려나 과잉 반응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혹시라도 광우병 파동 때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되며 원숙한 자세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실제 SI는 손을 자주 씻고 돼지고기를 71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으며 치료제인 타미플루, 리렌자도 240만명분이나 있다고 한다. 정부는 SI의 예방 및 치료법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 불필요한 오해나 공포를 없애는 데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