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휴대폰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조사와 협력해 단독으로 판매하는 전용 모델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통사 전용 휴대폰은 과거의 경우 주로 디자인 정도만 협력하는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사용자 환경(UI)이나 제품의 기능까지도 전략적으로 제휴해 내놓는 단말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100여종 이상 출시되는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적시에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이통사와 제조사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최근 특색 있는 이통사 전용 휴대폰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햅틱팝'으로 시장 공략

SK텔레콤은 지난 2월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깜찍한 디자인의 터치스크린 휴대폰 '햅틱팝'을 내놨다. 이 제품은 소비자 취향에 따라 배터리 커버를 다양하게 바꿔 끼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들이 들고 나와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드라마 속 PPL(간접 광고)을 통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현재까지 판매량이 약 18만대에 이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2인치의 화면을 통해 동영상과 지상파 DMB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다. 300만 화소 카메라,전자사전,파일뷰어 등 활용도가 높은 기능들을 갖췄다. 총 12가지의 대기화면 이미지와 사용자의 바이오 리듬을 알려 주는 '햅틱콘' 등은 귀엽고 깜찍한 느낌을 살렸다. 젊은층이 자주 쓰는 시간표,백과사전,영어사전 등도 담겨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햅틱팝은 삼성전자 햅틱 시리즈 가운데서도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이라며 "지난해 삼성전자와 함께 출시한 보급형 휴대폰 'SCH-W460'도 저가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현재까지 약 4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에는 LG전자와 함께 소음 제거 기술을 담은 '알리바이폰'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제품은 휴대폰에 두 개의 마이크를 장착해 사용자 목소리 외의 소음을 제거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노래방이나 시끄러운 길거리 같은 곳에서 유용한 제품으로 현재까지 42만대가량 팔려 나갔다.

◆KTF,신변 보호 등 특수 기능으로 차별화

KTF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기획한 '쇼 보디가드폰'은 지난달 말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200대가 팔려 나가고 있다. 이 제품은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강력한 경고음이 울리는 호신용 휴대폰이다. 휴대폰 뒷면 위쪽에 설치된 안전고리를 잡아당기면 대형 트럭 소음에 맞먹는 최대 100데시벨(dB)의 경고음이 70m까지 퍼진다.

미리 등록해 놓은 친구나 보호자의 전화번호로 현재의 위치 정보와 함께 긴급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휴대폰이 꺼질 경우에는 메시지와 함께 전원이 꺼진 지역의 위치를 전송하는 '전원 꺼짐 알림' 기능도 갖췄다. 디자인은 젊은 세대가 좋아할 수 있도록 깜찍한 느낌을 살렸다.

휴대폰 앞면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전화나 문자가 오면 총 36가지의 이모티콘이 표시된다. 닌텐도DS용 게임인 100칸 수학 계산법,천자문,구연동화 등의 콘텐츠도 담겨 있다.

KTF의 계열사인 KTFT에서 내놓은 '엑스슬림'은 인기 가수그룹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와 광고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일본의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와 협력,최신 휴대폰 트렌드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본체 두께가 9.9㎜로 매우 얇은 것도 특징이며 지상파 DMB 기능도 갖췄다. KTF가 팬택계열과 함께 기획한 네온사인폰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휴대폰 가운데 최초로 LED 조명을 장착한 제품이다. 출시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현재도 하루 평균 1000대가량 팔리고 있다.

◆LG텔레콤,사전 기능 등으로 청소년층 공략


LG텔레콤에서 최근 출시한 '블링블링 캔유'는 일본 카시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개발한 제품이다. 블링블링 캔유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자사전 기능이다. 3개 국어(영어,일어,중국어) 단어와 예시문,여행 상황에 따라 필요한 회화 문장 등을 원어민 발음으로 들려준다. 특히 터치스크린과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글라이드 센서'를 키패드에 얹어 영어 일어 한자 등을 키패드 위에 써서 검색할 수 있다.

휴대폰 앞면에는 고급스러운 핑크,블루 등의 색상으로 디자인을 살렸다. 제품 테두리에 있는 14개의 LED 조명으로는 폴더를 열거나 전화 · 문자 등을 수신할 때 다양한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하루 판매량이 1000대 이상으로 뛰어오르며 판매가 늘고 있다. LG텔레콤이 계열사인 LG전자와 함께 지난해 말 내놓은 '아이스크림폰 2'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32만대를 돌파했다. 이 제품은 아이스크림이 연상되는 스노 화이트,스카이 블루,피치 핑크 등 파스텔톤 색상과 LED 조명으로 디자인을 살렸다.

전화나 문자가 오면 휴대폰 앞면의 LED 조명이 반짝이면서 물고기 꽃 구름 등 26개의 깜찍한 이모티콘이 표시된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이통사들이 소비자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전용폰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며 "제조사들도 상품 기획 단계부터 이통사와 협조를 강화해 유행과 타깃에 따라 맞춤형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