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여의도 넓이의 33배(1만㏊)에 이르는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 영농법인을 인수했다. 지분 67.6%를 뉴질랜드인 소유주로부터 650만달러에 사들였다. 조선사업 비중을 줄이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녹색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하롤 제르노 영농법인 대규모 식량기지를 물색하고 나선 지 1년6개월 만이다. 이 영농법인은 러시아 연해주의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약 2시간30분(170㎞) 거리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까지 4만㏊의 농지를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여의도 165배의 식량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 농장에서 최대 연간 6만t의 사료용 옥수수와 식용 콩을 생산,국내외에 판매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농장 인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조한 해외 식량기지 확보 정책에도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식량기지를 인수하고 나선 것은 녹색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 세계 조선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군림'해온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 가뭄으로 엔진과 플랜트,해양,전기전자 부문으로 회사의 수주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내 조선 부문 비중은 지난해 말까지 45.5%에 달하던 것이 올해 2월 말에는 43.0%로 떨어졌다. 조선 사업부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이 미래 먹을 거리 확보를 위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40% 이상인 조선 사업부문 비중을 향후 30%까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발전 사업을 위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 음성군 소이공업단지에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완공했고,KCC와 공동으로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지난 2월에는 전북 군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회사 관계자는"녹색사업을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