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급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는 연령 차별이 생겼다. 60세가 넘으면 회원이 될 수 없다. 모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있었던 '사건' 이후 생긴 일이다. 괄약근이 부실해진 원로 회원이 '실례'한 일을 젊은 회원들이 문제삼는 바람에 피트니스 센터 측이 아예 규정을 바꿨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세월 앞에선 헛일인 시대가 됐다.

어느 술자리에서 현직 사장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 줬다. 농담으로 건넨 말에 그들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일순 당혹스러웠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이 답을 줬다. "나도 3년밖에 안 남았네…."

잘나가는 비즈니스 맨들에게 50대는 전성기다. 집에서보다 회사가 훨씬 편하다. 큰 결정이라는 부담은 있어도 잔일 스트레스는 없다. 일도 비서와 부하들이 대강을 다 해 놓고 차까지 제공받으니 용돈 쓸 일이 없다.

그러나 그 전성시대는 꺼지기 직전 촛불을 닮았다. 어느날 갑자기 정년퇴임 식장에서 고별사를 읽어야 할지 모른다. 아예 출세를 못해 수년간 이직 준비를 한 사람보다 못한 신세가 된다. 언제 막을 내릴지 알 수 없는 전성기의 풍운아들이 바로 이 시대의 전문 경영인들이다.

대기업에서 사장까지 마친 이들이라고 해서 별다를 게 없다. 국내 최고 기업조차 평생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큰 사업을 벌이기엔 너무나 부족한 액수를 퇴직금으로 주는 게 현실이다. 괜히 사업을 벌여서 후배들과 전 직장에 피해 주는 일은 없게 하라는 사인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 헛바람 든 이들을 빼고는 대기업 전직 사장도 은퇴와 동시에 '영감'이 된다.

중소기업을 창업하면 일가를 이루는 오너 회장이 될 수도 있다. 아예 고시를 택했으면 출세가도를 달려 '직업이 장관'이 되는 멋진 길도 있다. 이에 비하면 대기업 경영자들은 전성기가 지나면 너무나 평범한 황혼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나이는 고급 호텔 피트니스 회원도 될 수 없는 신세.

그러니 전성기의 경영자들이여,각오를 새롭게 하라.성공을 목표로 하되 이왕이면 아주 큰 성공을 꿈꾸라.전성기 이후엔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더 달려라.글로벌 초우량 기업,한국을 대표하는 혁신 조직,직원들이 너무 행복해하는 회사를 만들 각오를 다져라.이왕이면 나라가 할 수 없는 일을 민간이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면 더욱 좋다. 헬렌 켈러의 한 마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인생은 대담한 모험이거나 아무 것도 아니다. "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