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는 정부 정책이 중기 대출은 크게 늘리지도 못하면서 가계 대출만 옥죄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시중은행 중 가계 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국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강력히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게다가 이런 움직임이 다른 은행들로 확산(擴散)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가뜩이나 힘든 국민들의 생활 형편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나 않을지 우려가 크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출의 일정비율을 의무적으로 중소기업에 해주도록 한 조건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 외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주면서 은행들에 국내 총대출의 40~50%를 중소기업에 할당토록 했다. 주택대출 등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비례해 중기대출 역시 일정비율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중기대출은 연체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또 정부가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는 커지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꼴이다. 따라서 이런 중기대출을 피하다 보니 가계대출마저 축소시키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중기 지원책이 의도와는 달리 은행 대출 전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자금 공급이 줄면 부동산 경기를 비롯한 내수 회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경영도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惡循環)이 반복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정부는 올 상반기중 중기대출을 30조원 늘리겠다고 했지만 1분기에 늘어난 금액은 10조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중기대출 보증비율을 100%까지 확대했지만 두 기관의 보증한도는 은행의 총 중기대출 규모의 40%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은행들이 직접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은행이 선뜻 대출해주길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당국은 중기대출 지원책이 가계대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올해 3% 경제성장을 전제로 책정한 중기대출 목표 50조원을 재조정하는 방안, 중기 의무 대출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여력을 늘리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