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오토클러스터.모터쇼가 시너지 효과
내년 개최예정 '코리아 F1'에 시사점 많아

포뮬러 원(F1) 차이니스 그랑프리(17-19일)와 상하이 모터쇼(20-29일)가 열리는 중국 상하이는 도시 전체가 F1 대회와 자동차에 대한 열기로 가득하다.

F1과 모터쇼가 열리는 기간에는 시내 호텔 숙박요금이 2배 이상 뛰고 F1 경주장으로 가는 도로는 평소 주말보다 2배 이상 많은 차로 붐빈다.

2010년 F1 코리아 그랑프리 첫 대회를 앞둔 한국으로서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F1을 통해 낙후된 지역경제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F1이 상하이 지역경제에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 관심거리다.

그중에서도 '상하이 국제자동차산업단지'(Shanghai International Automobile City.SIAC)와 '상하이 모터쇼'는 F1이 상하이 경제에 미친 영향력을 간접적으로나마 가늠해 볼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SIAC는 어떤 곳?
'상하이 국제자동차산업단지'는 F1 대회 유치 이전인 2001년 조성계획이 발표되고 추진된 산업단지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 완성차 공장이 이곳에 들어서면서 자연적으로 자동차산업단지로 변모했을 뿐 애초 F1 대회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상하이가 F1 대회를 열고 SIAC 인근에 F1 경주장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F1과 SIAC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상하이를 중국의 자동차 전문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SIAC의 전체면적은 7.43㎢로 상하이 중심가에서 승용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고속도로와 경전철이 경유해 접근성이 좋다.

500여개의 자동차 관련 업체·연구시설이 입주한 SIAC는 자동차 무역구역(Auto Trading Area)과 연구개발(R&D)구역, 자동차전시테마파크(Auto Theme Park), 서비스지원구역, 골프장·호텔 구역 등 5개 핵심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자동차무역구역'은 SIAC에서 생산된 완성차나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고, 외국의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를 수입하는 업체와 대형 중고차 매장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소비자들이 관심 있는 차를 사기 전에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는 주행도로까지 갖춰 찾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중국 최고의 자동차개발인력 3천여명이 모인 '연구개발구역'에는 국립자동차품질검사원과 자동차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등이 들어섰고 '자동차전시테마파크'에는 중국 유일의 자동차박물관과 자동차컨벤션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주거지역인 '서비스지원구역'은 SIAC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 가족들을 위해 조성됐으며 현재 12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나 2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여기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5성급 호텔 신축도 추진 중이다.

◇F1, SIAC, 모터쇼와 상하이 경제
SIAC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자동차 전문단지로 비교적 쉽게 자리를 잡은 것은 중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한, 폴크스바겐이라는 완성차 공장에 힘입은 바 컸다는 분석이다.

폴크스바겐을 위한 400여개의 자동차 부품공장이 SIAC로 몰려들면서 SIAC는 자연스럽게 자동차전문산업단지로 조성됐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상하이의 F1 대회 개최다.

상하이가 세계최고의 자동차 기술을 뽐내는 F1 대회를 유치하면서 SIAC는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동차전문단지로 거듭나게 됐고 중국의 자동차생산기술이 집중돼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SIAC의 개발과 관리를 맡은 '상하이국제자동차산업단지개발공사'의 리 빈 고객지원부 부부장은 "F1 대회가 매년 열리면서 SIAC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상하이 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F1 차이니스 그랑프리와 함께 20일 열리는 '2009 상하이 모터쇼'도 상하이를 세계자동차 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는 도쿄 모터쇼에 불참했던 미국 자동차 '빅3'는 물론, 프랑크푸르트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불참했던 닛산과 포르셰도 참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빅3'나 포르셰 등은 전통적으로 F1 대회에 자사 팀을 참가시키지 않지만 상하이 모터쇼에는 참가해 자동차 산업에서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20여만명의 관중 동원력을 보인 상하이 F1의 영향력은 모터쇼로 그대로 이어져 1985년 이후 최대 규모인 1천500여 개의 자동차업체와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터쇼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상하이 모터쇼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인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매년 20%씩 급증, F1 대회가 열리는 상하이에 완성차 공장을 가진 GM과 폴크스바겐으로서는 자국에 버금가는 큰 시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1인당 자동차 소유 대수는 1925년 미국, 1965년 당시 일본 수준으로, 세계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해 잠재구매력이 엄청난 것으로 추정된다.

◇상하이 F1의 시사점
F1 대회를 추진 중인 전남도도 상하이처럼 F1 경주장 인근에 배후산업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F1 경주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2단계 사업에 착수, 이곳에 모터스포츠산업단지를 조성해 관련 업체들을 입주시키고 주거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전남도의 구상대로 된다면 F1 경주장이 들어서는 곳은 F1과 모터스포츠산업단지를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인구 10만명 규모의 소도시로 구축된다.

그러나 완성차 공장이 이미 들어서 있던 상하이와는 달리 전남 영암의 F1 경주장은 자동차 관련 산업이 전혀 없는데다 교통 인프라도 열악해 접근성이 매우 좋지 않다.

인구 2천만명의 상하이와 같은 배후도시나 소비시장이 인근에 없고 F1 대회 외에는 모터쇼와 같은 대형이벤트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전남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또 광주시가 자동차부품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선점하는 바람에 전남도가 모터스포츠라는,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약한 분야를 배후산업단지의 주력업종으로 선택한 데 따른 보완대책도 필요하다.

상하이처럼 F1 코리아와 그 배후산업단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하려면 이런 불리한 조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상하이는 완성차 공장이 미리 들어서 F1과 자동차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며 "영암도 F1 개최와 배후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자력으로 새로운 도시가 구축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계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