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어 올해보다 연구 · 개발(R&D)투자를 10% 이상 확대한다는 내용의 2010년도 정부 R&D투자 방향을 내놨다. 경제위기 국면에서도 정부가 R&D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이를 두자릿수 증가율로 늘리겠다고 한 것은 일단 잘한 일이다.

사실 경기부양책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라면 R&D투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겨냥한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실물부문에서 과연 어느 나라가 주도권을 쥘지는 상당부분 R&D투자에 달렸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각국 정부가 저마다 경기부양책과 함께 미래투자 전략에 골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확대된 정부 R&D 예산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선택과 집중 원칙을 강조하면서 그 대상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등 5대 중점투자 분야를 제시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구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금융위기 이후 예상되는 산업구조 재편 등 여러 변화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몇몇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기술변화를 명실공히 선도(先導)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올해부터 기초 · 원천연구 지원을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과거에도 그런 방향 제시는 숱하게 있었지만 핵심은 그것이 말 그대로 창의적 기초연구, 고위험 · 고수익에 걸맞은 원천연구냐는 것이다. 우선 개념부터 확실히 하고, 그 평가와 관리체계도 확 바꿔야 한다. 더 이상 남을 따라만 갈 게 아니라 우리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그런 R&D투자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