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아래 그림은 지난해 연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08년 3분기(7월~9월) 국민소득으로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동향이다. 그림에서 나타난 경제현상에 대한 다양한 보기의 해석 중 잘못된 것으로 묶여진 것은?
['테샛' 공부합시다] GDP 늘어났는데 GNI 줄어든 까닭은…
국민총소득인 GNI(Gross National Income)는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대외수취 요소소득,임금이나 이자)은 포함되고 GDP 중에서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대외지급 요소소득)은 제외된다.

실질 GNI는 물가 등을 감안한 국민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그림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이다.

이 지표는 5년마다 가격 기준을 개정한다.

기준년 가격 기준이란 그해의 생산이나 소득에 그해의 가격이 아닌 기준년의 가격을 곱해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을 계산했다는 의미다.

기준년 가격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을 계산할 때에는 물가상승 요인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2000년 가격기준이라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두 성장률 지표는 불변가격기준인 실질변수이다.

보기 (가)는 따라서 잘못된 설명이다.

보기 (나)에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수출 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 재화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실질 GNI 증가율은 실질 GDP 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거나 수출단가가 하락하는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외적으로 국부가 삭감되고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셈이다.

보기 (다)의 경우 대외지급 요소소득이 낮다면 해외에 빠져가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GNI가 높아진다.

보기 (라)의 경우 GNI는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소득지표라는 점에서 2008년 3분기 음(-)의 성장률을 보이는 GNI성장률에 의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작아짐으로써 실질구매력이 작아져 이후 소비는 감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보기 (라)도 잘못된 설명이다. 정답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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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개미와 베짱이’ 우화가 틀린 이유

지도 노동과 피지도 노동

회심의 기획 상품이 뜻밖에도 번번이 실패하면 기업은 낭패한다.

해당 기업가는 결국 파산하므로 근로자 임금도 체불할 수밖에 없다.

제품을 잘못 개발한 기업가의 파산은 그렇다 치더라도 열심히 일한 것 외에 아무 죄도 없는 수많은 근로자들까지도 고생한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는데도 보상은커녕 세상은 이들에게 오히려 크나큰 시련을 준다.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여름 동안 부지런히 일한 개미는 북풍한설 겨울 속에서도 따뜻한 집에서 먹을 것이 풍족하지만 개미를 비웃으며 놀기만 하던 베짱이는 개미에게 밥을 빌리는 신세로 전락한다.

게으르면 베짱이 꼴이 되고 부지런히 일하면 개미처럼 부를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근로는 이솝이 살던 고대 그리스의 근로와는 특성이 다르다.

<이솝>의 개미가 한 일은 스스로 먹을 음식과 땔감을 모으는 것이었다.

당연히 일을 많이 할수록 음식과 땔감은 많이 모이고 개미는 부자가 된다.

현대인은 이솝의 개미와는 달리 내가 쓸 물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사용할 상품을 생산하는 일을 한다.

현대사회는 자급자족하던 <이솝>의 그리스와는 달리 분업사회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일하여 만든 물건이 시장에서 팔려야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했더라도 시장이 내 생산물을 외면하면 나는 조금의 소득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솝의 시대에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풍요로운 생활이 보장되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상품을 시장이 외면해 버리면 생산회사의 기업가와 근로자들이 투입한 노력은 모두 헛일이 된다.

이들의 땀이 헛고생으로 되고 만 것은 일감선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스스로 제일 잘 아는 만큼 개미가 일감 선택에 실패할 일은 없다.

그러나 남들이 쓸 상품을 생산하는 현대의 근로는 일감 선택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일감 선택은 기업가의 몫이다.

기업가가 잘못 판단하면 그가 고용한 수많은 근로자들의 구슬땀이 모두 헛고생으로 끝난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현대 경제의 근로는 기업가의 지도(directing)노동이 근로자의 피지도(directed)노동을 이끄는 형태로 전개된다고 설명하고 지도노동이 가치창출의 핵심이라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기업가는 가치생산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고 보고 기업이윤의 본질이 노동착취라는 결론에 이른다.

산업혁명 직후의 마르크스는 지도노동의 실패를 관찰할 기회가 적었고 따라서 20세기의 슘페터보다는 현대 분업사회의 근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던 모양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을 보면 하나같이 모두 선진국 기업들이다.

개도국이 못사는 것은 사람들이 베짱이처럼 게을러서가 아니다.

이들의 노동을 잘 팔리는 상품의 생산으로 이끄는 좋은 기업들이 없어서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