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무역확대진흥회의를 열어 세계 10대 수출국 진입 및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3%대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다양한 수출진흥 대책을 내놓았다. 수출대금의 조기 현금화를 통해 금융 부담을 덜어주고 리스크 높은 시장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한도를 확대하는 한편 시장 개척 지원을 늘리고 수출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등이 골자(骨子)다. 세계 경기 침체로 교역 규모가 크게 줄고는 있지만 수출 증대만큼 효과적인 경기 회복책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대응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사실 우리 수출규모는 세계 11~13위권에서 20여년째 정체 상태를 보여 왔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 1988년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지만 이후 한 번도 3%대에 올라서지 못하고 답보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우리 수출산업이 샌드위치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설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우리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엔고로 일본의 수출이 주춤하는 틈을 노려 적극적인 기술개발로 일본 기업을 따라 잡고 불황으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든 시기에 고가의 품질로 중국 제품과의 격차를 벌리자는 소위 '역 샌드위치론'이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마련한 수출진흥 대책은 시의적절한데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세계 경기 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수출 증대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무역수지가 150억~20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수출은 10%, 수입은 20% 각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큰 폭으로 줄어 가능한 소위 '불황형 흑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수출진흥 대책이 진정한 수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집행에 유념(留念)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수출 지원책이 은행이나 관련 기관 등 일선에서 제대로 실행되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데도 소홀해선 안될 것이다. 미국,유럽연합(EU)과의 FTA 비준 및 체결에도 속도를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