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알레르기를 잡아라.'

전자업계에 생물학전이 한창이다. '건강 가전'으로 불리는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시장은 불황에도 불구,지속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세탁기와 에어컨도 바이러스와 유해 물질을 제거해 주는 기능이 첨가된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 판매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건강 가전 시장이 2005년 5367억달러에서 2015년 1조1645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감안해 최근 '헬스 케어'를 별도의 사업군으로 분류했다"며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헬스케어 가전 시장의 규모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 기기와 건강 가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가정에 비치된 건강 가전에 인터넷을 연결해 전문가들에게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컨셉트의 제품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중전

건강 가전은 크게 공기와 물을 다루는 제품으로 구분된다. 공기와 관련된 대표적인 제품으로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일 초소형 개인용 제균기인 '바이러스 닥터'를 내놓았다. 공기 중의 수분을 분해,활성 수소와 산소 이온을 대량으로 발생시켜 공기 중의 바이러스와 알레르기 원인 물질 등을 소멸시키는 방식이 동원된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독감 바이러스를 20분 내에 90%,60분 내에 99.6%까지 없앨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여 만에 1000여대 이상 판매됐다.

회사 관계자는 "에어컨에 적용한 슈퍼 청정 기술을 별도의 상품으로 따로 떼어 내는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도 최근 필터의 기능을 높인 신제품 공기청정기를 내놓았다. 먼지와 바이러스를 한 개의 필터를 통해 제거하는 기술을 활용,여러 종류의 필터를 일일이 갈아 줘야 하는 불편을 없앴다. 독감 바이러스를 제거해 주는 은행나무 추출물이 필터에 포함돼 있는 게 이 제품의 특징이다.

가습기 중에서도 살균 기능이 들어 있는 제품의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리홈의 '항균 가습기'는 살균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수분을 분무하기 직전 세균을 없애 준다. 아토피 기능을 선택하면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습도를 맞춰 준다.

휴대폰,칫솔 등 손때가 많이 타는 물건들을 살균해 주는 기기들도 등장했다. 대중 목욕탕에 비치돼 있는 머리빗 소독기가 가정용으로 출시된 것.레디홈의 '자외선 살균소독기'는 소독 후 섭씨 40도의 온풍으로 집기들을 건조시키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세탁기의 주적은 '집먼지 진드기'다. 주로 섭씨 45도가 넘는 뜨거운 열을 가해 진드기를 없애는 방법이 동원된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드럼세탁기는 진드기 제거 코스를 제공한다. 90도의 고온으로 한 시간 이상 뜨거운 바람만을 침구 의류 등에 쏘여 물을 묻히지 않고도 제균과 탈취가 가능하다.


◆수중전

수중전은 정수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헬스케어 정수기 2종을 내놓으며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양분하고 있는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품을 구매하면 LG전자 직원들이 2개월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해 물이 지나가는 정수조와 호스 등을 정기적으로 살균해 준다.

저수조는 세균 번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다. 제품을 분해하지 않고 필터를 교체할 수 있는 것도 이 제품의 특징 중 하나다. 필터 교체 시점은 제품 외부에 부착된 램프를 통해 알려 준다.

연수기를 쓰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피부 자극을 줄이기 위해서다. 웅진코웨이의 룰루 연수기는 경수를 연수로 바꿔 주는 기본 기능 외에 수돗물에 포함돼 있는 염소와 부유 물질을 제거하는 부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진공청소기에도 물을 이용한 제균 기술이 활용된다. 한경희생활과학이 지난 2월 선보인 '한경희 아기사랑 아토스팀'은 은나노 물통과 100도 살균스팀,세라믹 성분 특수패드를 이용해 세균과 진드기,건축 자재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물질 등을 없애 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