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옛 재정경제부 고위 관료들은 행복한 노년을 보장받았다. 굳이 차관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이 1급 공무원 정도만 하고 나와도 국책은행장 정도는 너끈히 될 수 있었고 과장급은 국책기관의 임원,사무관급은 주요 부서장이 될 수 있었다. 공무원 퇴직 후 오히려 돈을 많이 벌고 신문지상에 비중 있는 사회지도층으로 등장하는 일이 잦았다.

모피아(재정경제부 관료들을 마피아에 빗대 부르는 말.재경부의 영문 명칭인 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힘은 그만큼 강력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될 때 차관을 맡고 있던 인물들이다.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과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승우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이다.

이들이 장기실업상태에 빠진 것은 모피아의 영향력이 축소됐음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있지만 구정권 마지막 세대에 대한 홀대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에서 차관 또는 부위원장을 지낸 사람들이 예외없이 새로운 보직을 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필리핀 대사가 됐고 김동수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됐으며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차관급인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놀고 있는 참여정부 마지막 차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자리 하나가 최근 생겼다.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기들만으로도 3 대 1의 경쟁률인데 새 정부 코드에 맞는 경쟁자가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대구 달서병에 출마했다가 친박연대 조원진 의원에게 패배한 뒤 한나라당 정책실장을 지내고 있는 유재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책홍보관리실장(1급)을 하다가 퇴임했으므로 경력만으로만 보자면 차관급들에게 밀리지만 정치권의 후원이 최대 강점이다.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어떻든 당의 부름에 충실했기에 응분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랜만에 생긴 국책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