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ㆍ채권단 반응과 기업조사 결과가 변수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 중인 쌍용차가 8일 전체 인력의 3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 계획을 토대로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천600여명에 이르는 감원은 노조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인 반면 채권단이 보기에 따라서는 미흡한 수준일 수 있다.

이처럼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는 노조와 채권단이 이번 쌍용차의 인력 감축안에 대해 얼마나 동의할 수 있느냐가 회생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쌍용차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이 회사에 대한 기업가치 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 여부가 존망을 가르는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규모 감원..노조 대응 주목 = 쌍용차가 발표한 `인력 37% 감원방안'은 외부 컨설팅업체가 분석한 이 회사의 유휴 인력 규모를 토대로 나온 것이다.

쌍용차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된 부분이지만 이를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로 생산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비대해진 생산구조를 효율화하고 자금난을 해소하려면 쌍용차의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만약 노조가 구조조정안을 큰 변동없이 수용하면 나머지 부족자금은 일부 설비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하는 방식으로 채워넣을 여지가 있으므로 회생을 위한 첫 단추가 채워지는 셈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거의 10명 중 4명 꼴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신차 개발기금 1천억원을 스스로 담보하고 비정규직 고용안정 기금 12억원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까지 제안했지만 대규모 감원이라는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온 상황이다.

노조는 이날 감원책에 대해 "정리해고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세워 향후 사측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9일 대의원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한 뒤 10일 오후 사측과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감원 계획이 그대로 실시된다면 노조에서 파업 등 `강경책'을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반면 감원을 무조건 거부하다 보면 자칫 법정관리 자체가 무산되고 파산 수순으로 넘어갈 수도 있어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반응 변수 = 법정관리 절차의 속성상 쌍용차의 존망을 가르는 `칼자루'는 채권금융기관이 쥐고 있다.

이날 감원책을 포함한 쌍용차의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계획이 그대로 이행될 수도 있고 대폭 수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쌍용차가 내놓은 37%의 감원 규모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쌍용차의 올해 1분기 생산량은 6천358대로, 지난해 1분기 생산량인 2만5천691대와 비교하면 24.7%에 불과한 물량이다.

이처럼 경기침체로 생산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 실정에서 감원이 37%에 머무르면 나머지 고용 부담을 결국 채권단이 떠안아야 하므로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법정관리 절차 중에 쌍용차의 인수합병(M&A)이 추진되더라도 채권단은 부담스러운 인력 구조를 갖춘 회사를 매각하기 보다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뤄진 상태에서 팔기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쌍용차가 작성할 회생계획안에 대해 가부를 결정하는 주체인 만큼 이날 발표된 자구계획과 스스로 판단한 적정 감원 수준이 얼마나 합치되는지가 변수가 된다.

◇기업조사 결과에서 존망 갈릴 듯 = 쌍용차가 계속 법정관리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청산 수순을 밟아야 하는지는 현재 회계법인이 진행하고 있는 기업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가치 조사는 쌍용차의 자산들을 팔았을 때의 액수와 회사를 계속 운영했을 때 나오는 영업이익의 합계치를 비교하며 어느쪽이 더 높은지 따지는 작업이다.

다음달 6일 완료되는 기업가치 조사에서 쌍용차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더 높으면 쌍용차 관리인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회생계획안을 작성하는 수순으로 넘어가지만 청산가치가 더 높다면 법정관리 절차는 폐지된다.

고용 비용도 회사 가치를 따질 때 반영하는 중요 항목이 된다.

조사위원 역할을 수행하는 회계법인은 이날 쌍용차가 발표한 감원 계획을 살펴 보면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