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실험실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이 그대로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교수들이 학생들과 함께 참신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를 사업화할 만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적어도 연간 수천 건의 신기술이 연구실적으로만 남는 '실험실 속 자료'로 잠자고 있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에서 개발된 앞선 기술이 창고 속에 파묻혀 있지 않도록 하기위해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발벗고 나섰다. 중소기업청은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해온 650명의 교수 연구원 대학원생 대학생에게 1인당 2700만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 자금은 일반 정책자금과 달리 전액을 갚지 않아도 된다.

자금 지원 대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지원대상은 교수와 연구원이다. 교수는 전임강사급 이상이며, 연구원은 대학 및 연구기관의 연구원이면 가능하다. 대학내 박사후 과정자(포스트 닥터)도 포함된다. 교수와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6년 12월29일 이후 퇴직한 사람도 지원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대학원생과 대학생이다. 이 경우 휴학 중이거나 졸업한 지 1년 이내인 대학생과 대학원생도 지원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공예 및 디자인 분야 개발팀이다. 여기에 속하는 교수와 대학생들은 팀을 구성해 신청하면 된다. 이 경우 최고 3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실험실 창업자금은 대학 및 연구기관 등 주관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예비창업자를 모집, 평가위원회를 통해 우수기술을 선정한 뒤 오는 24일까지 창업진흥원에 신청해야 한다. 이 경우 총사업비의 10%까지 운영비로 보조받을 수 있다. 다만 앞서 각 대학이 속하는 지방중소기업청에서 주관 대학 및 연구기관의 사업추진역량을 평가받아야 한다. 평가항목은 전문인력, 연구시설, 실험장비 등이다.

지방중기청은 주관기관을 선정한 뒤 평가결과를 창업진흥원에 통보한다. 창업진흥원은 분과별 평가를 통해 지원금액 등을 조정하게 된다.

창업진흥원의 평가분야는 8개 분과로 구성된다. 평가 항목은 △기계 재료 △전기 전자 △정보 통신 △화공 섬유 △생명 식품 △환경 에너지 △공예 디자인 △기타 등이다. 평가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을 가진 사람과 여성 장애인 중기청창업교육이수자 등은 우대받는다.

창업자는 이 자금을 시장성평가 컨설팅비 등 창업준비 비용으로 쓸 수 있다. 시제품개발 시험평가 특허출원 인증신청 등 기술인정과정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온라인쇼핑몰입점비 전시회참가비 등 마케팅 비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신청서류는 창업진흥원 홈페이지(www.kobia.go.kr)에서 내리받으면 된다.

애써 개발해 놓은 기술을 실험실에 묻어둔 대학인이라면 이번에 이 자금을 활용해 신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042-876-0255)

이치구 한경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