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유통.호텔업계의 일본 관광객 특수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일본의 연휴였던 '춘분절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유통.호텔업계가 일본의 공휴일인 '골든위크(5월 1~5일)'를 앞두고 일본 관광객 유치에 비상을 걸어 놓고 있다.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골든위크 특수'가 엔화 약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8일 유통.호텔업계에 따르면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롯데호텔의 경우 5월 골든위크 기간 객실예약율은 90%를 넘어선 상태다.

이중 일본인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다른 호텔들도 아직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2~3개월간 예약도 양호한 편이어서 당분간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 관광상품의 경우 보통 짧게는 2개월, 길게는 4개월전에 예약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 약세는 앞으로 2~3개월 후에 일본인들의 한국 방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호텔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엔화 약세의 영향은 호텔보다 백화점에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에서는 벌써 일본 쇼핑객들의 매출 비중이 서서히 줄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에서 일본 관광객 매출(택스 프리 신청 관광객 기준)은 지난해 10월 17억원에 그쳤으나 11월 33억원, 12월 60억 원으로 급증하기 시작해 올해들어 1월에는 67억원, 2월 72억 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다 3월들어서는 69억 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명품관)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1월 33%로 정점에 오른 이후, 2월 32%를 유지했으나 3월에는 28%로 꺾이기 시작했다.

3월의 경우 중반부 까지 30%를 유지했으나 엔화 약세현상이 3월 후반부 나타나면서 20%대로 감소했다.

이달들어서도 일본 관광객 매출 비중은 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충무로에 있는 본점의 1~3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 매출비중은 1월 6.9%에서 2월에는 9.7%로 상승했으나 3월에는 7.7%로 떨어졌다.

택스 리펀드 건수도 1월 4천482건에서 2월 6천405건으로 증가하다 3월들어 6천10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엔화약세에 따라 일본 관광객 특수가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자 백화점들은 골든위크를 앞두고 다양한 마케팅 행사를 마련, 일본 쇼핑객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일본의 N-TV, TBS 방송과 연계, 인기토크쇼 및 여행 특집 프로그램에서 롯데백화점 본점(명품관, 식품관 등)을 소개하는 내용을 이달 하순에 방영할 예정이다.

또 쇼핑 가이드북을 만들어 일본 5개 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센다이)의 한국 홍보관에 비치하고 대한항공과 연계해 일본 공항내에 체크인 데스크에도 비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본 최대 온라인 여행사의 홈페이지에 롯데백화점 본점을 소개하고, 회원에게 안내 이메일을 보내는 등 골든위크를 겨냥한 판촉,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는 일본관광객과, 나들이를 준비하는 고객들을 위해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골든위크 특집전'을 진행한다.

다양한 간식류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일본 고객에게 인기 있는 김치, 젓갈류, 김, 홍삼, 고추장류 를 10∼30%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일본 관광객을 위해 각 김치코너마다 일본어에 능숙한 판매사원들을 배치했다.

롯데백화점 마케팅 팀장인 조영제 부장은 "최근 엔저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5월초 골든위크를 겨냥한 판촉,마케팅을 강화해 일본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명품, 식품 등 일본인들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가이드북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조선호텔, W호텔, 하이얏트 호텔 등과 제휴해 김, 김치, 화장품 등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12여개 품목의 할인권을 일본 투숙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인사동 기프트숍과 제휴 전통차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1층에 오픈하기로 했다.

11층 스카이파크에서는 국악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펼친다.

일본인들이 한국방문에 앞서 즐겨찾는 일본어 한국여행 잡지 'The World's Seoul' 4월호에 신세계백화점 소개광고를 내고 일본인들이 한국을 관광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인 '서울 NAVI'에 배너광고 등을 진핼할 예정이다.

국내 주요 호텔과 제휴해 모범택시 무료 이용권, 명품 선세일, 사은품 등으로 구성된 객실패키지를 판매할 예정이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서도 일본인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조선호텔과 제휴해 식품 등의 할인권을 증정하고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스파랜드 무료이용권을 주는 한편 조선호텔과 신세계 센텀시티 셔틀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

일본 하카다항-부산항 왕복 쾌속선에 신세계 센텀시티 소개 및 사은품 교환권도 비치하고 부산공항에는 신세계 센텀시티 소개서를 비치하기로 했다.

강남 지역에 위치한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 백화점도 골든위크 특수 잡기에 나선다.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는 다음달 10일까지 영어, 중국어, 일어 안내방송을 강화하고 통역 직원들을 배치하며, 일본인 내점객에게 휴대전화 고리를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또 3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김, 정관장, 커피잔 세트, 현대백화점 상품권 등을 구매금액에 따라 나눠줄 계획이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이 현대백화점 본점, 무역센터점으로 오는 방법과 위치 등의 정보를 담은 강남투어맵을 제작, 20일부터 공항 리무진 8개 노선, 시내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외국인 고객 대상 사은행사'를 골든위크 기간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100만 원 이상 외국인 구매 고객에게 김 세트, 참기름 세트, 로네펠트 티 세트 중 1가지를 증정한다.

명품관WEST 5층 카드센터에서는 '외국인전용 서비스 데스크'를 운영해 외국인 전용 멤버십 카드를 발급하고 택스 리펀드 업무를 진행한다.

또 다음달 31일까지 진행하는 '외국인 퍼스널가이드 예약 서비스'를 통해 사전 예약한 외국인 고객에게 일본어와 영어가 가능한 직원들을 배치해 쇼핑을 도와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이동경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