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대표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8일 오전 용산역에서 목포행 호남선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 전주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전주가 어떤 곳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정치적 고향이자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총 여섯 차례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한 '동토의 땅'이다. 한나라당이 4 · 29 재보선 출정식 성격의 행사를 이날 전주에서 연 것을 두고 '적진 한복판으로 갔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한나라당의 '서진(西進) 정책'을 보는 전주의 시선은 나쁘지는 않았다. 완산갑 재보선 지역구인 중화산동에서 만난 김모씨(47 · 사업)는 "요즘같이 먹고 살기 힘든 때 니 편 내 편이 따로 있당가요. 경제 살려 주는 쪽이 우리 편이지라"며 지역 발전 공약을 보고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했다.

이 지역 유력 지방신문도 지난 7일자 사설에서 "한나라당이 비교적 지명도 높은 인물(완산갑 태기표,덕진 전희재 후보)을 공천한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낙후된 지역 발전을 앞당겨야 한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인물을 지역에서 뽑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전주 재보선을 '경제 살리기 선거'로 규정했다. 박 대표는 회의에서 "구애하러 왔다. 짝사랑에 그치더라도 계속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 여당 후보들은 일제히 '새만금'을 외치는 것을 빼고는 신선한 경제 살리기 공약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선거 때 반짝 저러다 말겠지"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아직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백'으로 야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지만 그에 힘입어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이 지역 득표율(9.6%)만 넘어서자"는 게 여당의 솔직한 목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전주(KTX 미개통)로 가기 위해 익산역에서 내려 한 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호남의 낙후된 인프라를 몸소 체험하면서 이날 회의를 '일회성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지역민의 냉소를 걷어 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느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