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너무 피곤해/ 영화도 나는 멜로,너는 액션/ 난 피자,넌 순두부/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 게 있어.김밥/ 김밥을 좋아하잖아/ 언제나 김과 밥은 붙어 산다고/…예전에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샌 김치에 치즈 참치가. '

가수 자두가 부른 '김밥'의 가사처럼 김밥은 온국민의 음식이다. 나이 성별 취향 식성에 상관없이 김밥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다. 예전엔 소풍 때나 먹던 별식이었지만 지금은 김밥 전문점 덕에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됐다.

속재료에 따라 야채 · 고기 · 김치 · 고추 · 참치 · 치즈 등 종류가 무궁무진해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양 역시 삼각김밥,꼬마김밥,누드김밥 등 각양각색이다. 직접 만들 때 밥의 간은 소금만 쓰는 것보다 식초 · 설탕 · 물 · 소금을 5:2:2:1 비율로 섞은 배합초로 하는 쪽이 맛있고 오래 간다고 돼 있다.

김밥 쌀 때 외에도 김의 용도는 다양하다. 돌김은 그냥 구워 간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고,얄따란 재래김은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발라 소금을 뿌려 구우면 고소하고 바삭하다. 갖은 양념을 해 말린 뒤 굽는 김자반과 찹쌀풀을 입혀 말려서 튀겨내는 김부각은 술 안주로도 그만이다.

먹기만 하랴.가족이나 친구가 팍팍하고 고단한 삶에 지쳐 우울해 하거든 아무 말 말고 앞니에 김을 붙이고 그 앞에서 활짝 웃어 보라고 한다. 다들 시름을 잊고 깔깔댐으로써 잃었던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되리라는 얘기다. 조금만 찢어붙이면 되니 공짜 보약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런 김에 로열티를 물게 생겼다는 소식이다. 해조류에 대한 '국제식물 신품종 보호협약(UPOV)'이 발효될 2012년 이후엔 김에도 딸기나 장미처럼 종자 로열티를 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서 양식하는 김 대다수가 일본산 종자에서 파생된 '참김'과 '방사무늬돌김'(일명 김밥김)이라 그렇다는 것이다.

김은 지난 한 해에만 미국과 일본 등 각국에 7532만달러어치가 수출된 효자식품이다. 안그래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 때문에 생산량이 계속 줄어든다는 마당에 로열티까지 물게 되면 애써 생산해봤자 일본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지 모른다. 3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설마'하고 있을 게 아니라 단단히 대비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