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TV 인기 프로그램에서 컨셉트를 따온 '패러디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불황에 지친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광고여야 제품이 잘 팔린다는 속설과 함께 성공한 원작에 의존해 '안전한 모험(?)'을 하려는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

7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광고인지 TV 프로그램인지 헷갈리는 광고들이 대거 전파를 타고 있어 눈길을 끈다. LG생활건강의 '페리오 ABC 치약' 광고는 '무릎팍도사'와 '해피투게더'를 패러디했다. 가수 김윤아가 무릎팍도사를 방문하고 개그맨 남희석이 해피투게더 사우나 토크에 출연한다. 이들은 치과의사를 배우자로 둔 연예인이다. 이 광고를 만든 심의섭 HS애드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는 "요즘 심각하거나 논리적으로 따지는 광고는 잘 안 먹힌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CGV영화관에서만 방영하는 삼성 디지털카메라 '블루(VLUU)' 광고(사진)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황현희의 소비자고발'을 베꼈다. 개그맨 황현희가 '블루'에 대해 특유의 독설 개그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낸다.

요즘 광고에서 가장 많이 패러디된 드라마는 '꽃보다 남자'(꽃남).오리온 '마켓오' 과자,LG텔레콤의 청소년 요금제 '틴링',놀부 부대찌개 등의 광고가 이 드라마를 따라했다. 타깃 고객층인 10~20대에게 가장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이 밖에 티저 광고로 눈길을 끈 KT '쿡(QOOK)'은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정교빈(변우민 분)이 등장하는 장면을 패러디했고,금호아시아나는 '패밀리가 떴다'의 천데렐라-김계모 캐릭터를 차용했다.

패러디 광고라고 무조건 베끼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나름의 '규칙'이 있다. 원작의 세트,자막서체,색깔을 패러디하려면 해당 프로그램에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원작 패러디에만 신경쓰다 보면 정작 소비자들이 제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